대한항공, 원· 달러 환율 10원에 변동에 640억 출렁日 관광객 사상 최대인데… 항공사 손실 메우기 역부족 고환율 장기화땐 운임 인상·공급 축소 등 대응 불가피
  • ▲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고 국제유가까지 고공행진하면서 항공업계의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뉴데일리
    ▲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고 국제유가까지 고공행진하면서 항공업계의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뉴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고 국제유가까지 고공행진하면서 항공업계의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엔저와 방일(訪日) 수요 회복으로 일본 노선 여객이 크게 증가했지만 고환율·고유가라는 구조적 부담 앞에서는 '특수' 효과도 희석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 갈등 심화로 여행 수요 일부가 일본에서 한국·동남아로 분산되는 움직임이 관측되지만, 항공사의 비용 압박을 근본적으로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고환율 뉴노멀'에 직격탄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8원에 출발했다. 지난해 12월 월평균 환율이 1438원으로 1400원을 돌파한 뒤 5~8월 일시적으로 1360원대까지 내려섰지만, 10월 이후 다시 1450원을 넘어섰다. 환율 불안이 1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고환율 뉴노멀'이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고환율은 달러 기반 거래 비중이 절대적인 항공사에 직접적인 부담이다. 대한항공의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순외화부채는 48억달러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외화평가손익 약 4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리스료·정비비 등 실제 현금 유출 증가분까지 반영하면 10원 변동 시 총 640억원 안팎의 손익 변동이 생긴다. 고환율 구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실적 변동 폭도 커지는 구조다.

    유가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항공유는 대한항공 기준 연간 약 3050만배럴을 사용하는데 국제유가가 1달러만 움직여도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최근 두바이유는 배럴당 80~85달러에서 움직이며 연중 상단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사 전체 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이 3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른 구간에서는 유류할증료 인상이나 운임 조정만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항공유·항공기 리스 비용 등 외화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민감한 산업으로 고환율 대비 통화·이자율 스왑(Swap) 계약 등 일정 부분에 대해 헷지 실행 등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올해 1~10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66만명으로 연간 방문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뉴데일리
    ▲ 올해 1~10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66만명으로 연간 방문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뉴데일리
    ◆ 中·日 관광객 늘었지만… 역부족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기재 리스료와 정비비 부담이 크고, 단거리 위주의 치열한 가격 경쟁 탓에 운임 인상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다. 항공권 프로모션이 빈번한 일본 노선 중심 구조도 부담이다. 실제로 일부 LCC는 성수기였던 지난 8월에도 일본 편도 항공권을 5만~8만원대에 판매했다. 탑승률이 높아도 단가가 낮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구조다.

    다만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노선 여객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정부관광청(JNTO)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66만명으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 회복된 2023년 같은 기간 552만명, 2024년 720만명과 비교해 매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일 한국인 수는 사실상 ‘계단식 증가’를 이어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올해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방일 특수의 양적 성장은 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 노선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운임이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LCC 간 가격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떄문이다. 여객 수요는 견조하지만, 고환율·고유가 국면에서는 항공권 평균 단가가 떨어질 경우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중국·일본 간 갈등 심화로 중국 내 일부 여행 수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한국내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 같은 반사 수요가 항공사의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다는 평가다.

    항공업계는 환율·유가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자연 헤지와 파생상품 헤지, 공급 조정 등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고환율 구간이 장기화될 경우 구조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저 효과로 일본 수요는 살아 있지만, 환율과 유가의 '이중 악재'가 워낙 커 실적 방어가 쉽지 않다"며 "고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항공료 인상·공급 축소 등의 구조적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