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원·달러 환율 한 때 1472원 돌파대한항공 "환율 10원 오르면 640억 영향"LCC 외화 리스 직격탄… 4분기도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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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뉴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치솟으며 항공사들의 연말 성수기 반등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추석 황금연휴와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중·일 갈등에 따른 ‘한국 대체 여행지’ 효과 등 긍정적 수요 요인이 있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21일 오전 1472원을 넘어서며 이 모든 기대를 집어삼키고 있다.◆ 대한항공 "환율 10원 오르면 640억 영향"항공업계의 가장 큰 부담 요인은 단연 환율이다. 대한항공은 3분기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경우 약 480억원의 평가손익과 160억원의 현금흐름 변화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환율이 10원만 움직여도 총 640억원 규모의 손익 변동이 생긴다는 의미다.3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약 14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오전 1472원까지 치솟으며 단기간 약 70원이나 급등했다. 공시 수치를 단순 적용해도 4분기 들어서만 환율 변동으로 인한 비용·부채 평가 부담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티웨이항공의 환율 노출도는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도 특히 높은 편이다.국내 LCC 중 드물게 유럽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데다, 보유 기단 대부분이 리스 방식으로 운용돼 리스료와 정비비 등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여서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티웨이항공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변동으로 유동 리스부채는 약 169억원 증가했고, 비유동 리스부채는 약 230억원 감소했다. 비유동 리스부채가 줄어든 것은 환율 때문이 아니라, 장기 리스부채가 만기 도래와 상환에 따라 유동 부채로 재분류된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항공기 운용리스 대부분이 달러로 체결돼 있어 환율이 오를 때 리스부채 원화 금액이 수십억~수백억원씩 출렁이는 구조다. -
- ▲ 제주항공 ⓒ뉴데일리
◆ 고환율 충격에 갇힌 항공업계올해 항공사 실적을 보면 고환율의 충격은 이미 1~3분기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3분기 누적 매출 11조9503억원, 영업이익 1조1262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3763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줄었다.아시아나항공은 1~3분기 누적 매출 5조6426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이 1492억원에 달했다. 화물기 매각 이후 수익 기반이 약해진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LCC이 처한 상황은 더 혹독하다. 제주항공은 누적 매출 1조1053억원에 영업손실 1295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대지진설 여파와 동남아 수요 둔화로 주력 노선 수익성이 빠르게 저하된 데다, 달러 강세로 리스료·정비비 등 고정비가 불어난 영향이 겹쳤다. 티웨이항공은 1~3분기 매출 1조2742억원에도 순손실이 2476억원에 달했다.국내 경기 둔화와 동남아 노선 수요 부진, 달러 환율 인상으로 3분기 수익성이 전년 대비 대폭 하락했다◆ 연말 성수기 특수? 흑자전환도 어렵다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꺼지면서 달러 강세에 더 불이 붙었다. 또 국제선 공급 경쟁이 격화되면서 운임이 전반적으로 내려간 것도 수익성에는 부정적이다. 캄보디아 특별 여행주의보 발령 등으로 일부 동남아 지역의 여행 심리가 위축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다만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 입국 조치, 동남아·대양주 동계 성수기 진입 등은 여객 수요 확대에 긍정적이다. 항공사들은 수익성 중심의 노선 운영과 부가수익 확대,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4분기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그러나 항공유·정비비·리스료 등 핵심 비용이 모두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이상,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연말 성수기에도 본격적인 흑자 전환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선 여객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비용 구조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남을 것"이라며 "올해는 수요 회복이 오히려 공급 경쟁을 자극해 운임을 낮추는 가운데, 고환율이 비용을 끌어올리는 이중 부담이 겹친 해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