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 높아 환율 상승 매출 인식에 유리부품·원자재 등 달러 결제로 원가부담 심화원/달러 환율 1476원 터치… 1500원 전망도
  •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중심 산업의 '환율 호재'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단가와 환산 매출을 높여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비용 구조 전반이 달러화에 연동된 데다, 공급망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프로젝트 비중이 큰 제조업종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원가·운전자본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장중 1476원까지 치솟아 외환시장에선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우선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핵심 원재료 가격이 환율과 함께 동반 상승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력기기 산업의 경우 외부 조달 비중이 높은 전력 반도체, 대용량 변압기용 특수강, 초고압 절연소재 등이 모두 달러로 거래된다. 특히 하이엔드 부품은 글로벌 공급사가 제한적이라 조달 단가가 환율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소재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완성품 제조사들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

    전선 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LME(런던금속거래소)에서 미국 금리·수요 전망에 따라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며 케이블 제조원가는 이중으로 상승하고 있다. 

    구리는 조달단가가 톤당 미 달러로 고정돼 있어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인상 요인으로 직결된다. 최근 구리 가공비 및 물류비가 함께 오르며 제조비용 상승 압력은 더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프로젝트 비중이 큰 산업에서는 고환율이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해외 EPC 기반 사업이나 장기 프로젝트 중심 업종에서는 수주 확대가 곧 선(先) 비용 지출로 연결된다. 원자재·부품 발주금과 초기 물류비, 현지 인건비 등 대부분이 달러 결제이기 때문에 고환율 환경에서는 운전자본 소요가 급증한다. 프로젝트 수익은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라, 단기 재무부담이 전년 대비 뚜렷하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한 달러 부채를 보유한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따라 회계상 외화환산손실이 꾸준히 발생한다. 특히 해외 생산법인 비중이 크거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 설비투자를 지속해온 기업일수록 달러 부채 노출도가 높아 고환율 구간에서는 금융비용 부담이 함께 커진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차환 비용 부담이 동반 확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매출 측면에서 긍정 효과를 내더라도 원가·조달·운전자본·금융 비용이 동시에 늘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다시 재편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면서 핵심 부품 조달가와 철강·비철 가격 변동성이 커져 전력 인프라 제조업종에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