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9월 3일자 신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케빈 러드 호주 총리 공동 명의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기고에서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G20 정상회의에서 균형 있는 세계 성장을 주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런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의 금융위기 극복 경험을 담은 ‘한국은 어떻게 금융위기를 극복하였나’라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즈 기고에서 “세계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은 아직 확고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세계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하고 2010년에 세계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IMF 전망이 실현되려면, G20 정상들은 기존 공약은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경제는 지금 위기에서 회복으로의 전환을 관리할 때”라며 “재정 적자와 물가 상승으로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출구전략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 “보다 균형 있는 세계경제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G20의 정책체제에 대한 협력과 유연성이 모두 필요하다”며 “각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거시경제 전략은 불균형을 낳을 수 있으므로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위한 유연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 G20의 주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파이낸셜타임즈 기고 번역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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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 ⓒ 뉴데일리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유례없는 금융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G20 정상들은 세계성장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현재까지 G20 국가들이 취한 재정?통화 및 금융 부문의 정책적 대응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세계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습니다.
    세계금융시장에서 안정세가 나타나는 것은 G20의 정책들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필두로 하여, 프랑스-일본 및 독일 역시 2008년 상반기 이래 최초로 지난 2/4분기에 분기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긍정적 소식은 신뢰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은 아직 확고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세계는 G20의 글로벌 리더십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기존 공약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것입니다. 다수 국가에서는 이미 발표된 경기부양책 중 상당 부분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으며, 금융체제 및 국제금융기구의 개혁과 재원확충, 개도국 지원에 관한 G20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세계경제의 성장이 지속가능하고 2010년에 세계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IMF 전망이 실현되려면, G20 정상들은 기존 공약은 이행되며 필요한 순간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중요한 정책적 지원이 성급히 철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확신시켜야 합니다.

    세계경제의 두 번째 과제는 위기에서 회복으로의 전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위기 하에서 이행된 예외적인 조치들은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장세가 회복됨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정책 기조를 상당히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 적자와 물가 상승 때문에 앞으로 위기가 재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1930년대 후반에는 각국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재정ㆍ통화정책이 회복을 저해하였고, 결국 여러 국가가 1937년과 1938년 더블딥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번에는 출구전략을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위기 시의 예외적인 조치들을 철회하는 데에는 시기-공조-신뢰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G20는 앞으로 진행될 ‘출구전략’을 투명하고 명확한 프로세스를 통하여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은행 지급보증을 포함해 재정, 통화 및 금융 조치들을 철회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G20는 공통의 원칙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촉진하고 국제 모니터링과 ‘동료 간 검토’ 프로세스를 이행함으로써 출구전략의 신뢰성을 증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출구전략은 단절된 정책이 아닙니다. 출구 정책은 중기 및 장기 정책목표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출구 전략이란 보다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세계경제성장을 위한 위기 후 정책체제로의 전환 과정의 초기단계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주요 과제는 보다 균형 있는 세계경제성장으로의 전환입니다. 동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G20의 정책체제에 대한 협력과 유연성이 모두 필요합니다.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는 각국은 경제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국만의 경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조가 필요한 이유는 현 위기를 통해 세계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취한 거시경제 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한 불균형을 낳을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위한 유연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 G20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9월 24-25일간 개최되는 피츠버그 정상회의는 G20 정상들이 균형 있는 세계성장을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들은 세 단계의 프로세스에 합의해야 합니다. 첫째로 각국 정부는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국내적 전략을 개발해야 합니다. 둘째로 각국은 올해 말까지 IMF에 자국의 전략을 전달하고, IMF는 각국의 전략이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세계경제 성장의 목표와 일관되는지를 검토를 해야 합니다. 셋째로 G20 정상들은 한국이 G20 의장국을 맡는 2010년 중 다시 모여, 위기 후 세계경제관리의 체제 내에서 상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책임과 조치에 합의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독일이 제안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헌장’ 같은 국제 규범 마련을 통해 한결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회복방안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각국은 자국의 경제상황에 맞는 고유한 개발전략을 도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각국의 개발전략은 서로 다를 수 있으나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균형 있는 세계경제 성장과 양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과 호주는 여타 국가와 협력하여 피츠버그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ㆍ이행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회복과 금융ㆍ경제 안정을 이루고자 합니다. 우리는 개방되고 역동적인 경제국가로서 우리의 번영이 세계경제의 견고한 성장과 안정에 달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