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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는 모두가 각종 선거에서의 충청도 유권자들의 투표향방만을 의식한 치사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 사업은 그 프로젝트의 규모가 방대한데 반해 그것의 준비와 추진은 극히 졸속하게 이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했다시피, 세종시 건설은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지역 유권자들로부터의 득표를 위해 노무현 후보 진영이 고안해낸 다분히 장난기 어린 아이디어였다. 노무현 후보는 당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를 충청도로 이전하겠으며, 그 비용은 4조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후보가 공약한 행정수도 이전보다 크게 축소된 행정복합도시(세종시) 건설에 22조50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4조 원의 비용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해진 노후보의 공약은 정치적 사기에 가까운 것이다.
선거의 득표용으로 제시된 국토개발 및 사회간접자본건설 공약은 거의 모두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따라서 국가에 해로운) 것이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검토를 거쳐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지지표 획득이라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 프로젝트도 노무현 후보가 오로지 자기의 당선에 필요한 충청도 유권자들의 지지표 확보를 위해 그것이 국가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비칠 것인지를 따져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소요비용조차 제대로 계산해보지 않고 제안한 엉성한 공약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이런 엉성한 사업의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종시 건설법 제정도 정치바람에 휩쓸려 졸속하게 이루어졌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오기와, 피차 충청도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으려는 당시의 여당(열우당)과 야당(한나라당)의 얄팍한 계산속 때문에 전문가들의 치밀한 검토나 진지한 국민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정당들이 야합하다시피 하여 제정된 것이 세종시 건설법이다.
세종시 건설은 발상이 불온하고 추진이 졸속하게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국가에 미치는 폐해를 최소화하려면 언젠가 한 번은 전문가들의 치밀한 검토와 진지한 국민여론 수렴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한 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쳐서 그 사업계획의 타당성이 확인되면 현행대로 추진하고, 보완·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 ‘검토와 여론수렴’은 건설 예산이 한 푼이라도 더 집행되기 전에 빨리 행해져야 한다. 만일 그런 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어 건설된 세종시는 수천억 원을 투입하여 건설해놓았으나 단 한 대의 여객기도 취항하지 않는 유령공항이 된 예천공항이나 양양공항과 같은 국가적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 건설 사업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나 국민의 여론 수렴이 이처럼 필요하고도 시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 정치권은 그 문제에 대해 대체로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선 세종시 건설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할 책임을 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부터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도 유권자들의 표를 잃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 있게 될 각 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충청도 유권자들의 외면을 당하게 되는 것을 피하려는 생각 때문에 그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여당인 한나라당도 내부적으로는 세종시 건설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각종 선거에서 충청도 유권자들로부터의 보복이 있을 것을 두려워하여 세종시 건설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동일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장차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그 당의 지도자급 정치인들은 동일한 이유로 세종시 문제에 대해 한층 더 강하게 말조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선진당은 세종시 건설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야당은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보도된 후 입에 거품을 물고 ‘원안대로’를 반복하여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충청도 유권자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기 위해서 그런 입장을 취하고, 선진당은 자기들의 존립기반인 충청도민의 지역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원안대로’를 외치며 세종시 건설문제에 대한 전문가 검토나 국민여론 수렴을 봉쇄하려는 야당정치인들의 행태 가운데 가장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회창 선진당총재와 이완구 충남지사이다.
이회창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때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제와서 정부가 그 사업을 축소 변질시키려 하는 것은 ‘정권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심지어는 세종시 건설사업의 수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원로지식인들을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는 정치행태를 부추기는 부끄러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이회창씨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와 경쟁하면서 세종시의 원형이었던 노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엉터리라고 반대했고,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국민 에게 선언했던 자기의 정계은퇴약속을 깨고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선거 때 제시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의 실천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던 정치인이다. 이러한 그의 정치경력에 비추어볼 때, 이회창씨의 그러한 발언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충청도민의 지역감정에 바탕한 그의 당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런 말들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세종시 건설은 ‘충청인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며 세종시 건설의 원안대로의 추진을 역설했다. 세종시 건설은 애당초 노무현씨가 충청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고안해낸 선거공약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노무현의 그런 공약이 없었더라면 충청도민들은 꿈도 꾸지 않았을 사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세종시 건설을 충청인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다. 굳이 말하자면, ‘노무현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지사는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민의 지역감정을 선동하여, 마치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정치적 성장을 해보려는 동기에서 그런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는 모두가 각종 선거에서의 충청도 유권자들의 투표향방만을 의식한 치사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22조5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고, 국가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사업을 놓고 오로지 충청도 유권자들의 지역감정과 투표향방만을 생각하며 무책임하게 애매한 입장을 취하거나 부적절한 발언들을 하고 있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정당들을 보고 있으면, 이 나라 정치가 ‘저질스럽다’ 거나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http://blog.daum.net/pre-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