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문제는 바라볼수록 복잡해지고 생각할수록 착잡해진다.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분명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기득권이 생기면 그야말로 ‘대못’이 형성되어 빼도 박도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고인이 된 노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충청표의 결집, 그리고 이에 따른 수도이전 추진과 좌절까지 상황은 극적으로 흘러갔다.
    수도이전 공약이 위헌 판결을 받았으면 일단 카드는 깨끗하게 접었어야 했다. 즉시 백지화를 해야 했고 충청인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그냥 넘어갔던지 아니면 다른 선물을 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중앙행정부처 중 일부부처의 이전이라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부처의 지방이전은 일부 중앙부처 공무원이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행위이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이양하여 스스로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서 나온다. 중앙부처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그 중앙부처가 위치만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서 지방균형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이런 논리를 충실히 따른다면 세종시에만 일부 중앙부처(9부 2처 2청)를 옮기는 것은 지방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정책이다. 13부처를 왜 한 군데로 보내는가. 진짜로 중앙부처 지방이전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공기업을 나누듯이 한 부서는 경남으로 또 다른 부서는 경북으로 또 하나는 전남으로 가야할 것이다.  
     또한 일부 부처 세종시 이전은 수도이전이 안되니 수도를 분할하는 정책과 유사하다. 물론 수도에는 입법 사법 행정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중에서 일부행정부처만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수도분할이라고 까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일부 유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서 반대를 했어야할 한나라당은 대안 제시는 하지 못한채 끌려갔다. 비극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위치를 부산으로 옮긴 한 금융관련 공기업을 보면 사정이 딱하다.
    직원들은 뻔질나게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 KTX와 항공회사만 신난다. CEO도 일주일에 반쯤은 서울에 와있다. 사무실도 따로 있고 차량도 양쪽에 있다. 일부 젊은 직원은 부산으로 이사를 가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단신부임을 하고 주말부부로 산다. 기러기생활을 하는 직원의 경우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부산대신 세종시로 바꾸면 모습은 비슷할 것이다. 원안대로라면 1.4만여명의 중앙부처 공무원이 근무지만 세종시로 옮길 것이고 뻔질나게 서울을 오갈 것이다. 항공편은 안 되니 KTX 아니면 차량통행을 하느라 경부고속도로는 더 체증이 심해질 것이다. 화상회의를 들먹이기도 하지만 정작 공무원들이 힘들어하는 업무는 대국회 업무이다.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에 장관이나 공무원이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찍히기’ 십상이고 의원들의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공청회나 국정감사 장관질의를 화상회의로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처럼 직접 출석을 중시하는 국회의 속성상 고위공무원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서울과 세종시 중간 어디쯤에 사무실을 따로 하나 더 만들어야 될지도 모른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일부 중앙부처가 세종시에 가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문제가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약속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약속을 할 때 제대로 된 약속인가도 중요하고 약속 이후의 상황변화도 중요하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했더라도 신종플루가 유행한다면 영화약속은 취소하고 집에서 DVD를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약속이 소중하다고 기어이 영화관에 가서 신종플루에 걸려서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또한 원안대로라면 14000명의 공무원은 근무하는 책상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공무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중앙에서 뽑는다. 일자리가 창출될 여지도 없고 세종시 인근에 거주하는 인력에 대한 고용효과도 거의 없다. 이들중 일부가 주말부부로 단신부임을 하는 경우 거주지 주변 생활시설과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할 식당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이는 과천시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그러나 세종시에 대한 수정안은 일자리창출을 담고 있다. 신규투자가 계획되어 있고 신규기관의 설립도 예정되어 있다. 일부의 지적대로 공무원이 5000원짜리 점심식사를 할 때 기업관련 직원은 1만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다. 현지채용도 자유로울 것이고 현지인력 채용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투자예정액중 일부 투자는 해외에 했었을 투자이다. 이러한 투자가 국내에 이루어지면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원안의 경우 총고용이 8.4만명인데 수정안에 따르면 25만명이다. 16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는 것인데 이렇게 좋은 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세종시 프로젝트는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에는 다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일단 수도이전이라는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첫단추를 잘못 꿰었더라도 열심히 노력을 해서 모양새를 만들어가야 한다. 만일 호남이나 영남 혹은 강원지역에 이러한 도시설립을 추진해준다면 그 지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이 카드를 왜 안 받겠다고 하며 일부에서 받지 말라고 부추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우리 국회와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장이 아니라 갈등을 유발하고 증폭시키는 마당이 되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는 너무도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만일 수정안추진이 좌절된다면 원안이 추진되어야 하고, 앞으로 수정안같은 다양한 정책패키지를 추진할 명분은 사라진다. 원칙대로라면 2030년까지 인구 17만명 정도 규모의 도시로서 개발이 완료되는 안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데 이는 충청권으로서는 아쉬운 카드이다. 그러나 원안에 수정안까지 더한 카드가 추진된다면 다른 지역의 민심은 폭발할 것이다. 원안대신 수정안을 추진하니까 그나마 넘어가는 것이지 원안에 수정안을 더한 안이 추진된다면 다른 지역이 이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정치권이 갈등을 접고 좀 더 대승적인 논의를 해야할 때이다. 충청권과 타지역 국민 모두를 감안하여 결정을 해야지 감정에 사로잡혀 후회스런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 원안을 수정한데에 따른 분노가 있지만 화가 난 감정은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다. 화가 어느 정도 풀린 상황에서 어떤 것이 좋아보일지 잘 판단해야 하며 국민들이 이러한 현명한 결정을 하도록 정치권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