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은+우리금융' 염두에 둔듯
  •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방안을 두고 정부가 산은금융지주에 우리금융을 넘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의 최소입찰규모를 30%로 제한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지주사의 입찰 참여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결국 `산은금융+우리금융'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매각을 주도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공자위는 이런 `사전 교감설'을 일축하면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금융지주사의 입찰 참여 기준을 완화하는 권한을 쥔 금융위원회도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내 금융지주'로 후보군 좁혀진 듯
    공자위는 17일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최소입찰규모를 30%로 못박았다.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경영권을 넘기는 매각인 만큼, 최대주주로서 우리금융을 경영할 능력을 갖춘 인수자를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달 29일 마감되는 입찰참가의향서(LOI) 제출 단계부터 소수 지분을 사들여 재매각하려는 단순 투자자를 배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을 좁혀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컨소시엄이나 사모펀드(PEF) 형태로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 뒀지만 사실상 일정 규모를 갖춘 국내 금융자본을 인수 후보군으로 삼았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편에서는 금융지주사의 입찰 참여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95% 이상 보유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의 시행령에 특례조항을 마련함으로써 우리금융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를 민영화할 때는 지분 보유의 하한선을 50%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행령 개정은 부처 간 이의가 없다면 통상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걸린다. 이 기간은 입찰 절차에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면 LOI 마감을 전후해 대폭 완화된 조건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우리금융 매각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LOI에는 구체적인 입찰 규모와 금액이 아니라 인수 의향만 밝히면 돼 9월 본입찰 전까지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면 자금력을 갖춘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산은금융+우리금융' 시나리오 정해뒀나
    결국 이런 사정으로 미뤄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강만수 회장의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로 정부가 이미 방침을 정하고 이에 필요한 환경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돼 금융지주의 입찰 참여가 가능해지더라도 정작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후보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추진으로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지주사 가운데 산은금융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기 때문이다.

    공자위는 이렇게 되면 2곳 이상이 매각에 참여하는 `유효경쟁'의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민상기 공자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한 곳(산은금융)만 입찰하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경제 원칙(유효경쟁)은 지켰으면 한다"면서도 "결론은 공자위원들이 내는 것이므로 다른 공자위원들의 의견에 따라야 할 것이다"고 답했다.

    나아가 산은금융이 단독 입찰하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계약법상 산은금융에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을 넘기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한 곳만 입찰해) 재입찰을 해도 한 곳 밖에 인수 희망자가 없으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굳이 재입찰하지 않더라도 한 곳밖에 없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산은 사전 내정설' 강력히 부인

    정부는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넘기기로 작정한 것 아니냐는 `내정설'을 일축했다. 우리금융 매각을 재개할 적절한 시점을 저울질하다 이제 막 발표한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상기 위원장은 "우리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입장이다.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에 대해 코멘트는 못 한다"며 "가상의 후보(산은금융)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금융이 LOI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과 시장이 지레짐작하고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투다.

    산은금융을 비롯한 다른 금융지주사의 입찰 요건을 완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다소 유보적인 뉘앙스를 풍기려는 모습이다.

    이날 공자위 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언급됐지만,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필요하면 할 것이고, 필요하지 않다면 안 하겠다"고 정부 입장을 간략히 전했다.

    오는 8월 말 공자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는데도 매각을 재개하는 것을 두고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을 서둘러 짝을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지만, 정부는 이 역시 강력히 부인했다.

    민 위원장은 "이번에는 LOI 제출을 6월29일까지 6주로 잡았다.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공자위원들의 임기 만료 전에 뭘 마치겠다는 강박관념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