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담 전남대 교수.손홍래 조선대 교수팀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결합하면 엄청난 파급효과
  • 정현담 전남대 교수(사진 좌), 손홍래 조선대 교수(사진 우).ⓒ뉴데일리
    ▲ 정현담 전남대 교수(사진 좌), 손홍래 조선대 교수(사진 우).ⓒ뉴데일리

    국내 연구진이 휘어지는 기판에 찍거나 입힐 수 있는 고분자 형태의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현담 전남대 교수(사진 좌)와 손홍래 조선대 교수(사진 우)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두 가지 종류의 분자를 화학적으로 결합, 마음대로 전자를 가두고 유지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물질들은 각 분자 구조에 따라 전자를 흐르게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수준이 모두 다르고, 이 차이에 따라 절연체·반도체·전도체 등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반도체인 사일롤 분자와 절연체인 '규소(Si)-산소(O)-규소(Si)' 분자를 섞어 독특한 구조의 고분자를 만들었다.

    이 고분자에는 두 종류 구성 분자의 전기적 특성 차이 때문에 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의 준위가 급격히 달라지는 일종의 '우물' 또는 '함정'이 존재하고, 여기에 전자를 가둬놓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자를 저장하고 특별한 조건에서만 지울 수 있는 '비활성 메모리'로서의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에 개발된 고분자 물질은 솔벤트와 같은 용매에 녹기 때문에, 휘어지는 기판 위에 잉크처럼 찍거나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플렉서블 기판 위에서 비휘발성 메모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하를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의 발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세계 연구자들은 주로 무기나노입자를 기존 고분자에 섞고 무기나노입자에 전하를 저장하려는 시도를 해왔으나, 이 경우 무기나노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지 못하고 고분자와의 결합이 약해 전기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현담 교수는 "우물형 전자 구조를 갖춘 이 고분자 소재를 활용하면 전기적 안정성이 우수하고 제조 공정도 간편한 휘어지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기초연구지원과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플렉서블 기판위에서 비휘발성 메모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를 가둬두는 ‘전자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연구는 그 기술을 한 차원 높인 것”이라며 “전기적 안정성이 우수하고 제조공정이 간편한 전하 저장 방식의 플렉서블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확보하는데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연구가 생산기술 차원으로까지 발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과 결합할 경우 산업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논문은 화학분야 대표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 5월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