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7인 "정도경영 인정… 전원합의 반대"MBK "이사회 기능 훼손… 건전한 견제 불가능""영풍, 후진적 이사회 바로 잡아야… 5인 중 2인 중처법"
  • ▲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고려아연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주말에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전원이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반대하며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내놓자,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오히려 기능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라고 반격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은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정도경영을 해왔다”며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공개 매수에 나선 것과 관련해 주주들의 이익 관점에서 사외이사 전원 합의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는 성용락, 김도현, 김보영, 이민호, 서대원, 권순범, 황덕남 등 총 7명이다. 행정전문가와 환경전문가, 대학교수, 법률전문가, 회계 및 재무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2차전지 배터리 공급망의 원소재 핵심기업인 고려아연을 노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지의 근거로 현 경영진이 오랫동안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왔으며,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가치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경영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현직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미래 전략 산업인 이차전지와 신재생 에너지, 자원순환 등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기술 독립, 기업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사외이사들은 영풍에 대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와 대규모 적자로 독자적인 생존 능력이 없고 고려아연의 경쟁력에 의존하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MBK에 대해서도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이라며 “국가적인 핵심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고려아연의 구성원과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고려아연이 결국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것임이 거의 분명한 만큼, 국내 주요기업들과 협업하여 확보한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들의 입장발표 후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오히려 기능이 심각히 훼손된 상태라고 맞받아쳤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또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중에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는 인물이 있는데, 해당 이사가 부적격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 회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이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고려아연은 다시 자료를 내고 영풍의 후진적 이사회부터 바로잡으라고 일갈했다. 영풍 이사회 5인 중 대표이사 2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사외이사 3인만 남은 상태인데,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의사결정이냐는 것이다. 특히 경영상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온 점도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사외이사 3인에 대해서도 “이사 중 1인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인물이고, 다른 이사는 기업의 경영과 전혀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인물”이라며 “영풍의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대립하고 있다. 공개매수 외에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최 회장의 경영 리더십 등을 지적하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고려아연 역시 장형진 고문 등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혐의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