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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의대의 한국인 교수가 식물에서 항암 성분의 천연물질 추출에 성공해 항암제 개발에 새 지평을 열었다.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이삼완(53) 교수는 인도산 후추(학명 piper longum)에서 추출한 PL(Piperlongumine)이라는 물질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탁월한 기능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관련 논문을 13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미국 부동산 재벌인 엘리 브로드가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공동연구를 위해 설립한 연구소인 `브로드 인스티튜트 오브 하버드 앤드 MIT'의 첨단과학 장비를 이용해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천연물을 점검한 결과 인도산 긴 후추에서 PL이라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교수의 논문은 정상세포에서는 필요하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활성산소 제거 효소가 암세포에서는 필수적으로 돼 버리는데 PL이라는 물질이 암세포 사멸효소의 활성을 유도해 암의 크기를 줄인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존의 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이 있었으나 PL의 항암 성분은 암세포만을 골라서 죽이고 다른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앞으로 PL이라는 물질을 실제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천연물 자체를 암환자에게 사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것과 유사한 인공물질을 합성해 동물실험 결과 천연물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앞으로 말기 암환자나 희귀 암환자를 상대로 임상시험을 검토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홍영권 교수는 "보통 기초과학만을 다루는 네이처에서 `항암제'와 같은 약 개발에 관한 논문을 실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그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이 교수는 1981년 미국으로 유학, UC버클리와 UC 샌프란시스코에서 분자유전학 박사학위와 박사후(포스트닥) 과정을 밟고, 하버드 의대에서 암 유전학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