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했던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초 휴대용 게임기 DS의 후속 모델인 3DS를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특수 안경 없이도 3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3DS는 지난 4∼6월 71만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이는 닌텐도의 앞선 분기 판매 실적인 360만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닌텐도의 주가가 하루 만에 20% 떨어지기도 했고 노무라 증권은 닌텐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닌텐도는 부진을 극복하려고 전례 없이 신제품인 3DS의 가격을 250달러에서 170달러로 3분의 1 가까이 인하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고 내년 3월에 끝나는 올해 회계연도의 수익 전망을 80% 이상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각) 닌텐도의 이런 부진의 이유로 애플과 페이스북 등을 지목했다.

    소비자들이 닌텐도의 게임기보다는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싼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닌텐도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확산하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징가의 팜빌과 시티빌, 로비오의 앵그리 버드 등 SNS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을 잠식당했다.

    닌텐도 3DS의 게임 타이틀 1개당 가격은 30∼40달러에 달하지만, SNS 게임은 1∼5달러만 내면 이용할 수 있고 무료로 즐길 수도 있다.

    아카디아 리서치의 비디오게임 애널리스트인 존 테일러는 "게임의 변화가 과거와 달라졌다"면서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수백 달러를 주고 게임기를 사는 구조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 이외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같은 다른 게임기 업체들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게임 개발업자들 역시 페이스북이나 아이폰 등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와 기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통해 현실감 나는 대형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는 "3DS의 가격 인하가 새로운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