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수원시에 사는 오현수(30)씨는 지난달 28일 황당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휴대전화 수화기 너머로 전북 전주시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가 오씨의 전화번호를 대면서 "이게 내 번호인데 당신은 누구냐"고 따졌다.

    어안이 벙벙해진 오씨는 아주머니에게 전화번호를 재차 물었지만 자신이 전날 오전 '듀얼넘버'로 새로 등록한 번호가 확실했다.

    듀얼넘버란 사업상 필요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개통할 때 받은 번호 이외에 또다른 전화번호를 추가해 휴대전화 한 대를 두 대처럼 쓰는 제도다.

    오씨가 가입한 LG유플러스의 경우 사용료로 한 달에 3천원을 받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주머니는 당일 오전 듀얼넘버를 등록했는데 전화를 걸 수만 있고 수신이 안돼 답답한 나머지 '자기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고 했다.

    문제의 번호를 전날부터 쓰고 있던 오씨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상담원 역시 "믿을 수 없다"면서 원인을 찾아보겠다고 해놓고 열흘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오씨는 "사업 때문에 전화번호를 당장 써야 하는데 사과는 커녕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도 안 해준다. 찝찝해서 이 번호를 계속 쓸 수도 없겠지만 너무 화가 나서 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LG유플러스의 해명은 이렇다.

    오씨와 정확하게 동일한 시각에 한 대리점 직원이 같은 번호를 예약했고 이튿날 예약이 풀리자 전주에 사는 아주머니가 이 번호를 듀얼넘버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오씨는 인터넷 홈페이지, 대리점 직원은 내부 전산망을 통해 동시에 등록하는 바람에 '기막힌 우연'으로 번호가 겹치게 됐고 개통을 하지 않아 예약이 취소된 번호가 사용 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다른 사용자가 또 번호를 가져갔다고 LG유플러스는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확률적으로 로또보다 더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며 "홈페이지와 내부 전산망이 연동될 때 걸리는 시간을 더 짧게 하는 등 전산시스템을 보강할 수는 있지만 번호는 둘 중 한 분이 양보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