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전문가 김영호가 전하는 '시장 살리기'
  • ▲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양호상 기자
    ▲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양호상 기자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시장은 상거래의 중심지였다. 소박하고 정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자 문화 놀이의 장이며 만남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오픈마켓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일 쇼핑, 반값에 도전중인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체가 협공을 하면서 전통시장은 시련의 나날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매년 수백억원을 들여 전통시장에 현대화 옷을 입히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1조 1853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전국 835개 전통시장에 아케이드와 주차장, 진입로, 공동 창고등 1918건의 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겉모습만 바뀐다고 전통시장이 과거처럼 북적이는 장터로 복귀할 수 있을까? 21세기 전통시장은 과연 어떤 생존 전략과 부활 전략을 준비해야 하나? 유통 전문가인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시설 현대화 작업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이는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인 시장경영진흥원 경영자문 위원이기도 한 김 대표가 전국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터득한 부분이다.  

    그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시장을 집과 직장에 이은 제 3의 공간으로 만들자며 이른바 ‘3rd Place (제 3의 장소)’ 전략을 소개했다.  

    “글로벌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제 3의 장소’ 라는 전략을 내세워 전 세계 커피시장을 석권했다. 스타벅스의 성공요인은 일반 커피숍과 달리 문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타벅스의 전략을 전통시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을 단순히 물건 파는 장소가 아니라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1st Place인 가정과 2nd Place인 직장 그리고 이해관계를 벗어난 타인과 타인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제 3의 장소로 전통시장을 포맷하자는 얘기다. 일본의 이자까야 술집처럼 혹은 파리의 오픈카페처럼.  

    “요즘엔 소형가구가 부쩍 늘었어요.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집에 와서 대화할 상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죠. 전통시장은 대화와 인정이 넘치는 곳 이예요.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자연스럽게 찾게 될 거예요.” 대형 마트와 비교할 때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情(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을 나누는 장소’가 전통시장의 추진 전략인 셈이다.  

    “시장은 손님들에게 대화의 상대가, 또는 휴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절대로 할 수 없는 분야기도 하지요. 시장이 사람들의 정을 이어주는 장소가 된다면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 대표는 여기에 주차장과 배달서비스 등 하드웨어가 더해진다면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대표는 국내외 전통시장을 탐방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 꼭 필요한 마케팅 노하우를 풀어냈다. 바로 ‘대한민국 전통시장 부활의 7가지 법칙’이다.

  • ▲ 김앤커머스 김영호대표는 전통시장 부활의 7가지 법칙을 풀어냈다. ⓒ시장경제신문
    ▲ 김앤커머스 김영호대표는 전통시장 부활의 7가지 법칙을 풀어냈다. ⓒ시장경제신문

     

    제 1법칙, 영업시간을 밤 시간에 초점을 맞춰라.  

    현대인들은 대부분 늦은 퇴근으로 인해 장보는 시간이 늦다.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더욱 더 늦은 밤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점점 뒤로 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싱글족과 2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숫자도 기억하자. 이들을 위한 나이트라이프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싱글족과 2인 가족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먹을거리, 볼거리, 쉴 거리를 연구하자.

     

    제 2법칙, 지역 단체들과 제휴 마케팅을 실시하라.  

    지역 식품단체와 손을 잡고 몸에 좋은 재료를 공급 받도록 해야 한다. 구매 업무의 표준화도 필수다. 그리고 1차 진료센터와의 연대를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홍보하자. 여기에 현지 여행사와 연대해 지역 관광지를 선전하고 전통시장의 먹을거리와 이벤트도 함께 소개해야 한다. 지역 예술문화단체와 연대해 지역문화 만남을 제안하는 이벤트도 저녁시간 시장광장에서 전개하자. 지역 대학과 제휴해 대학생들이 늘 놀러오도록 대학생 우대정책을 통해 젊은 고객이 늘 북적대는 장터로 만들자.

     

    제 3법칙, 우체국과 전자 상거래 협약을 체결하라.  

    우체국 쇼핑은 탄생한지 벌써 25년이 됐다. 그동안 지역 특산물을 원스톱 쇼핑으로 배달하는 물류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우체국 쇼핑이야말로 전통시장의 상품을 전국 안방까지 전달할 수 있는 활로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상권에 머물렀던 전통시장 상품력이 전국상권으로 커지면서 나아가 해외 수출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된다.

     

    제 4법칙, 문화교류 센터를 건립하라.  

    2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오미초 전통시장은 몇 년 전 변화를 시도했다. 아케이드방식에서 벗어나 1층에는 전통시장을, 2층에는 음식점들이 늘어선 푸드코트, 3층에 시가 운영하는 문화센터인 ‘교류플라자’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각종 강좌가 열린다. 물론 강의실 옆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도 있다. 젊은 소비자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후 오미초 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하루 평균 1만5000명에 달한다.

     

    제 5법칙, 핵심가게인 키스토어(key store)를 지정하라.  

    “축구에 스타플레이어가 있듯이 시장에도 스타 업소 즉 키스토어 (keystore) 가 필요하다” 전통시장에는 100여개가 넘는 점포가 있지만, 전술적으로 화제의 점포를 꼭 집어 홍보해야 한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 market)에 있는 생선가게는 시애틀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must have) 업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에 가면 재미있다. 총각 생선가게 점원들이 쇼맨십으로 고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머리 위로, 눈앞에서 고등어가 춤을 추면서 이쪽 매장에서 저쪽 매장으로 날아간다.

     

    제 6법칙, SNS를 최대한 지원하라.  

    지금까지 하드웨어적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전통시장의 장점을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줄 수 있도록 앱(APP)을 이용한 시장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여기에 유튜브를 이용한 시장 홍보 등 적은 예산으로 전통시장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제 7법칙, 문화콘텐츠 발신지로 만들어라.

    영화도 촬영하고, 드라마의 간접광고로도 이용하고, 유명인사들을 불러 애장품을 협찬받아 경매도 진행하는 등 전통시장을 색다른 문화 컨텐츠를 보여 주는 무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통시장을 그 지방과 지역의 특색을 살려 온리원 (only one) 테마가 있는 곳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 ▲ 김앤커머스 김영호대표는 전통시장 부활의 7가지 법칙을 풀어냈다. ⓒ시장경제신문

    <김영호>
    유통⋅마케팅 전문가로 김앤커머스, 김영호트렌드연구소의 대표다. 충남농업테크노파크 자문위원과 서울시 디자인센터 마케팅부문 자문위원, 충남 예산군 신활력사업 지역협력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기청 시장경영진흥원 경영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前)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마케팅을 전수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김영호의 독종마케팅, 유통만 알아도 돈이 보인다, 나도 돈좀 벌어보자, 3년뒤 뭐해 먹고 살지, 톡톡 튀는 마케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