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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폭탄세일이 가능할까? 일명 미끼상품을 내건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은 각각의 점포마다 물건을 팔기에 특가판매가 어렵다. 보통 마진율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파는 정도다. 그게 보통 전통시장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가격 경쟁력이다.
폭탄세일로 단골손님을 잡는 시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에서 만난 조태섭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특가판매가 유명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각 점포가 물건을 싸게 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최소 마진은 남겨야 되거든요. 저희 시장은 각각의 점포 개념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한 점포를 선택해 돌아가면서 특가판매를 하고 있어요. 점포마다 돌아가며 대대적으로 원가판매를 해 전체 시장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전략입니다.”
세일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시장내 88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돌아가면서 싸게 판다. 가게 홍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특가판매를 하겠다고 자청하는 곳도 많다.
“며칠 전에는 귤 세일을 했어요. 해당점포는 평소보다 몇 배 많은 물건을 가져와요. 보통 시세로 귤 20개가 3,000원이면, 우리는 1,000원에 팔아요.”
조 회장은 “정말로 하나도 안 남기고 원가로 판다”고 말했다. 특가상품은 마진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상품인 셈이다. 지난해 배추 값이 급등했을 때는 배추를 대량으로 들여와 반값 이하로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특가판매를 하는 날에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조 회장은 “오후 2시부터 판매하면 30분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있죠. 물건은 금방 동나요. 행사 며칠 전부터 시장에 있는 LED광고판에 홍보를 하고, 플래카드를 걸어놓습니다. 행사하는 날은 모든 점포가 바빠요.
망원시장의 하루 매출은 약 1억 5,000만원~2억원 정도. 특가 판매하는 날은 여기서 약 5,000만원~1원억 정도의 매출이 더 오른다. 많게는 하루 매출 3억원이 가능한 것이다. 단골도 확보하고 매출도 늘리는 ‘꿩 먹고 알 먹고’ 전법이다.
조 회장은 “우리시장은 온누리 상품권 사용 빈도와 카드가맹률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라고 자랑을 이어갔다.
지난해 망원시장에서 매주 회수된 온누리 상품권은 평균 600만원어치에 달한다. 카드 가맹률도 70%를 웃돈다. 노점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점포가 카드를 받는다. 전통시장 평균 카드가맹률 50%와 비교하면 꽤 높은 수치다.
“시장서 현금과 카드비율은 50대 50정도예요. 물론 천원, 이천원 살 때는 카드를 안내지만 만원이 넘어가면 거의 카드를 많이 쓴다”고 조 회장은 답했다.
“정부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으로 온누리 상품권과 카드가맹률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시장 상인들이 정책을 잘 활용해야 득을 봅니다.”
망원시장은 상인회가 주축이 되서 온누리 상품권과 카드 가맹을 홍보하고 있다. 당장은 불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매출 증가 수치로 보여주며 설득한다.
2010년 특가판매 도입이후 시장은 하루 1,500명이 오갈 정도로 손님이 늘었다. 망원시장을 가보면 ‘전통시장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20년동안 망원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해온 조 회장은 상인들끼리 결속력이 높아 발빠르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망원시장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오래 장사하신 분들이 많아요. 다들 친분이 두터워서 상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합니다. 모두가 자신이 주관하는 행사라고 생각하며 참여하니까 시장 전체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올해 목표에 대해 묻자 조 회장은 “망원시장이 서울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며 “인근 670m 앞에 홈플러스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취재= 박모금 기자/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