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브랜드끼리 500m’에 이어 엎친데 덮친격” 파리바게뜨․뚜레쥬르 “사실상 출점금지․역성장 우려” 프랜차이즈협 “개인 100% 자영가맹점은 억울” 제과협 “제로 성장 요구했지만 이정도도 다행” 동반위, 강제 집행권 없어 권고안 지킬지 미지수
  • ▲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상대책위원회는 1월 26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해 제과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상대책위원회는 1월 26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해 제과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5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서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함으로써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의 상생안이 일단락 됐다. 
  
동반위는 2월5일 21차 본회의를 개최한 결과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를 권고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나 백화점 내 입점하는 인스토어형 제과점도 규제 대상이 됐다.
대기업은 점포수를 지난해 말 수준으로 유지하며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가맹점은 물론 직영점도 포함된다. 
 
단, 연 2% 이내 범위에서 가맹점 신설이 허용된다.
하지만 기존 점포를 옮기거나 신규점포를 낼 때 보도기준 500m 내 동네빵집이 있을 경우 출점을 자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동네빵집을 사들이는 식의 신규진입과 함께 기존 점포를 커피전문점에서 제과점으로 변경하는 것도 감시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파스꾸찌' 점포를 '파리바게뜨'로 변경하면 점포수를 확장하는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동네빵집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동반위는 제과협회 등에 베이커리 숍 인증제 도입, 제빵 기술과 마케팅 향상방안 마련, 인력 양성기관 설립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토록 권고했다.
규제 기간이 올해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므로 3년 후 대기업이 다시 확장을 시작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라는 얘기다. 
  
CJ푸드빌 뚜레쥬르와 SPC그룹 파리바게뜨측은 한목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동네빵집을 기준으로 500m 거리제한을 둬야 한다는 결정은 공정위  모범거래기준의 거리제한에 이은 이중규제다.
사실상 확장자제가 아닌 사업 축소의 우려가 있다.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상 자연감소분이 있기 때문에 매년 매장수가 역성장할 수 있다.”
   - 뚜레쥬르 관계자
“동반위의 권고를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되길 바란다.
특히 국가 경제성장률 3%에 준하는 최소한의 성장을 배려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 

전국에 1만여개의 개인제과점과 500m 거리제한을 둔다는 것은 사실상의 출점금지다.
점포를 옮길 때도 제한을 두면 가맹점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
   - 파리바게뜨 관계자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최석원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협회도 동반위의 결정을 받아드릴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하며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상생법)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대상은 대기업 직영점형 체인 사업과 대기업이 총 투자비용의 50%를 초과한 실질적 지배관계인 프랜차이즈형 가맹점 사업에 한한다.
개인이 100% 자본을 투자한 자영가맹점은 대상이 될 수 없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가 계약·협정·결의 등을 통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뿐 아니라 거래 지역이나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까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동반위의 권고안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
“협회에서는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며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추가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
   - 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회장

  • ▲ 한지섭 대한제과협회 제주지회장이 12월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고발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 한지섭 대한제과협회 제주지회장이 12월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고발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 주장하는 법위반 소지는 없다.
    제과협회에서 동네빵집 반경 500m 내 신규 출점과 이전을 자제하라는 조항도 파리바게뜨 측에서 제안한 ‘보도로 걸어서 500m 제한’규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종합의에 이르지 않았지만 협상테이블에서 언급된 사항들을 기반으로 권고안이 작성됐다”
       - 동반위 이우용 실장

    반면 언제 들어설지 모르는 프랜차이즈 때문에 마음 졸이던 제과점 사장들은 당분간 편안한 마음으로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빵집 주변에 걸어서 1분도 안되는 거리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내 빵집과 파리바게뜨가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뚜레쥬르가 있다.
    그동안 피해를 많이 봤는데 또 다른 대기업 빵집이 더 생길까 두려웠다.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으니 당분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장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 경기도 의왕시에서 이태리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관형 씨
     “빵집 주인들은 동반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에서 동반위의 결정을 예상했는지 서귀포시 1곳, 제주시 2곳에서 3월 이전에 개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몇 군데 더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기업에서 동반위의 결정을 제대로 따를지도 의문이다”
       - 제주시에서 함덕하나로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한지섭 씨

    대한제과협회는 출점 동결(0% 성장)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결정을 존중하고 자구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제과업계의 요구는 출점 동결과 확장 자제였다.
    2% 성장을 허용한 점에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동반위의 중재 노력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입장을 고려해 권고안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자구노력과 함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
       - 대한제과협회 김서중 회장

    동반위는 강제 집행권한이 없어 프랜차이즈협회 회원사들이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현재로선 규제 방법이 없다.
    동반위의 권고안을 무시할 경우 동반위는 중소기업청에 중재 요청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여론을 무시하며 동방위의 권고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이 실행될지 여부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소송 경과와 정부의 반응, 그리고 여론의 추이에 달려있어 자영업자들로서는 아직 안심하기에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