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최임위 심의기한 넘겨 … 38년간 법정시한 준수 9차례 그쳐노사간 최초 인상안 제시 후 격차 줄여 … 사실상 '흥정 방식' 고착화프랑스·영국 각각 산식·전문가 중심 … 독일은 임금협약 흐름 반영"물가상승률 등 객관적 자료 활용 … 최소한의 공식으로 예측 가능"
  • ▲ 국가별 최저임금 적용 방식 ⓒ챗GPT
    ▲ 국가별 최저임금 적용 방식 ⓒ챗GPT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이 노사 간 힘겨루기로 인해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겼다. 해마다 막판 공익위원 중재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객관적인 데이터와 전문가 중심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논의를 이어간다. 앞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1만320원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해야 한다. 올해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 29일이었다. 그러나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길어지면서 임금 수준 논의 자체가 뒤늦게 본격화됐다.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38년 동안 최저임금위가 법정 심의기한을 지킨 것은 9차례에 불과하다. 최근 10년으로 좁혀도 법정기한을 지킨 사례는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결정한 2022년 한 차례뿐이다. 

    현행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노사가 최초 요구안과 수정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표결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지난해엔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올해 최저임금 시급이 1만320원으로 결정됐으나, 막판까지 노사 대립 구도는 뚜렷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지각 결정과 객관적 산정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최저임금위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물가,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상황, 소상공인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공식이나 지표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매년 노사가 상징적인 요구안을 던지고 막판 정치적 타협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한국보다 산정 기준과 전문가 검토 절차가 구체적이다. 프랑스는 최저임금(SMIC)을 소비자물가지수와 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 상승률 등을 반영해 조정한다. 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자동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장치도 있다. 정부가 별도 인상을 단행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물가와 임금 흐름을 반영하는 산식이 제도에 깔려 있다.

    영국은 독립 자문기구인 저임금위원회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저임금위는 노동자 대표, 사용자 대표, 독립 전문가가 참여해 고용, 임금, 기업 부담, 저임금 노동시장 영향 등을 분석한 뒤 정부에 최저임금 권고안을 제출한다. 정부는 이 권고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전문가 검토와 실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셈이다.

    독일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임금협약 인상 흐름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대표와 학계 자문위원 등이 참여하며 단체협약 임금 인상률과 고용 영향, 기업 경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안을 제시한다.

    반면 한국은 매년 노사가 큰 폭의 인상안과 동결 또는 최소 인상안을 각각 제시한 뒤 격차를 줄여가는 방식이 굳어졌다. 올해도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을 근거로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한계를 이유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물가와 경기 상황을 근거로 들지만 이를 하나의 공식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없어 사실상 흥정에 가까운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해 최소한의 공식을 만들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해 기준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일정 범위의 재량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노사의 수용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정치적 영향에 따라 인상률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전문가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노사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데이터 기반 논의 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