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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입법 예고기간이 끝난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권 내에서 수정론이 확산되자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을 앞세워 차단에 나섰다.이 최고위원은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해 악의적 왜곡과 오도를 일삼는 일부 세력이 있다”며
“상법 개정안은 부당한 경제 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이어 “0.08%의 지분을 가진 재벌기업 총수가
수백억원의 공금을 횡령할 때까지
그룹 내부의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고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작동하게 만들자는 게
상법개정안의 취지”라고 강조했다.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인 경제 전문가이자
여당의 최고위원의 발언으로는
몇 가지 점에서 부적절했다고 판단된다.첫째는
수정안 필요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악의적 왜곡과 오도하는 일부 세력이라고 규정한 점이다.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친 표현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은
여당의 최고위원으로써 품위를 잃어버린 발언이다.두 번째는
부당한 경제 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대통령의 약속이란 점을 강조한 점이다.이 의원의 주장은
일부 대기업의 문제를 일반화해
모든 대기업의 문제로 확대한 측면이 있다.최근 불거진 일부 대기업의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경영자의 문제이긴 하지만
정치권과 검찰, 법조계가 사태를 키운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기업만의 문제로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희생양을 찾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세 번째는
대통령의 공약이란 주장인데,
경제민주화의 근본은
공정한 경제 질서의 회복과 함께
경제 살리기의 동력이 돼야 한다는 점을
이 의원은 간과하고 있다고 보인다.
빈대 잡자고 초가산간 불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과거 대기업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정치권력들 역시
과거에 엄청난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입법권과 관련해 온갖 족쇄를 채운다면
잘 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27일 한국입법학회와 한국입법연구소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회 의원입법제도의 발전방안’ 학술회의에서
입법권 남용은
과도한 규제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경영을 악화시켜
국민경제에 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최근 국회를 보면
저질 법률이 양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입법권의 남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19대 국회에서
하루에 1개꼴로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지적이나
국회의원의 갑(甲)질 때문에 기업 못해먹겠다는 지적을
악의적 왜곡과 오도하는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것이다.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기업 총수들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여 추진할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기업 총수들은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좋은 시그널이다.
하지만 국회와 재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아직은 냉랭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진솔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반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란 이런 것이다.
대기업의 과거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도
진행형이란 점을 국민들이 인식할 때
따뜻한 소통,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