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성공경영] 촉나라 제갈공명과 현대차 CEO들에게 주어진 과제
  • 제갈공명이 드디어 제 무덤을 팠다. 내가 열흘의 시간을 주었으나, 그는 사흘 만에 화살촉 10만 개를 만들어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제갈공명을 제거할 기회가 온 거다.” (대도독 주유)

     

    후한 말기였던 서기 200년 즈음의 삼국지 시대. 위나라의 조조-오나라의 손권-촉나라 유비로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제갈량(제갈공명)이었음은 사가(史家)들의 공통된 견해다. 제갈공명이 없었다면 한 왕실의 계승자를 자처해 큰 뜻을 이뤄보려던 유비의 존재는 한 낫 하룻밤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유비군은 3군 가운데 가장 부실한데다 전쟁할 때마다 대패해 2만여명의 초라한 동네 군대로 전락한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로지 지략으로 3국체제의 위상을 정립하고 중국 서부의 촉나라를 다진 인물이 제갈공명이었던 것이다.

     

  •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서기 208. 북방을 통일한 조조는 60만 대군을 거느리고 형주를 치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다. 그때 형주를 지키던 유표는 죽고 아들 유종이 아버지의 자리를 이었는데 그는 조조와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고 말았다.

     

    조조군에 밀려 남하한 2만의 유비군은 순식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지경에 놓이게 됐다.

     

    이 때 제갈공명의 지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제갈공명은 강남(양쯔강 남쪽)의 패권을 쥐고 있던 손권을 찾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 논리를 폈다. 조조가 형주를 손에 넣은 것은 곧 손권을 치고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득했다. 손권은 제갈공명의 세치혀에 홀려 측근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유비와 연합군을 구성하자는데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대도독 주유는 자신의 주군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제갈공명이 조조 못지 않은 위협적인 인물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제갈공명을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후환을 없애는 길이라 보았다.

     

    주유는 공명에게 전쟁을 하려면 화살이 많이 필요한데, 우리가 군사와 군량미를 대고 있으니, 당신은 열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오라. 그렇지 못하면 목을 내놓으라고 덫을 놓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공명은 한발짝 나아가 사흘 내로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다.

     

    무슨 수로 사흘만에 화살 10만개를 만든다는 말인가. 주유의 사고방식 내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명은 다음날 밤 배 20여 척에 볏짚을 둘렀다. 이윽고 안개가 깔린 새벽녘 조조 진영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배들이 들이닥치자 당황한 조조군은 육지에서 진영마다 수천개의 화살을 쏘아댔다. 두어시간 후 볏짚에 화살을 가득 꽂은 공명의 배가 뱃머리를 돌려 귀환한 다음 화살을 모두 세어보니 10만개가 넘었다. 볏짚 배로 상대편의 화살을 빌린 이 '초선차전'(草船借箭) 전략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러 전략 중 최고의 계략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후 주유와 제갈공명은 조조군이 쇠사슬로 배들을 한데 얽어매놓은 것에서 착안, 화공(火攻)열배가 넘는 상대방을 궤멸시켰다. 이 적벽대전이야말로 세계 전쟁사에 길이 남을 계략전쟁이었다.

  • 제갈공명이 화살 10만개를 구해오는 모습ⓒ
    ▲ 제갈공명이 화살 10만개를 구해오는 모습ⓒ

    제갈공명은 유비를 황제로 촉나라를 세운 후 죽을 때도 신화를 남긴다. 오장원에서 사마중달과 격돌했던 공명은 죽음을 앞두고 부하인 양의에게 말했다. “사마중달이 추격해 오면 내가 만들어놓은 내 목상(木像)을 수레 위에 앉혀 그에게 보여라. 그러면 반드시 후퇴할 것이다.”

    실제로 공명이 죽은 줄 알고 대군을 이끌고 추격했던 사마중달은 제갈공명의 목상을 보고 기겁해 후퇴했고, 촉나라 군은 피해를 최소화 하며 퇴각해 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삼국지>를 즐겨 읽은 정몽구 회장은 그룹 경영에 삼국지의 계략을 적극 응용해왔다. 스스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물론, 임원들에게도 수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용병, 책략을 은유적, 포괄적 방법으로 자주 인용해왔다.

     

    기업 경영에는 항상 햇빛만 비치지 않는다. 쾌속 질주하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살얼음판이 기다리고 있고, 때로는 헤어나기 힘든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 경영의 생리인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파죽지세로 질주하던 현대기아차그룹이 지난해 756만대의 글로벌 실적을 냈지만, 올들어 해외에서 품질 논란에 휘말리며 역주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2월초 발포한 자동차 브랜드 인지도 평가에서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19위에 그쳤다. JD파워가 발표한 차량 내구 품질 조사에서는 2년 연속 하락, 전체 31개 브랜드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유럽시장에서는 2008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판매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위기를 잘 극복하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일수록 임직원간 단합해 총체적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올해도 과거 좋은 시절처럼 투쟁을 구상하다가는 노키아소니의 악몽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정몽구 회장이 임직원들과 세운 올해 목표는 800만대. 현대기아차그룹 CEO와 임원들에게 제갈공명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박정규 대표 skyjk@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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