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노력… 인력 감축 신호탄"시중은행 점포 통폐합…'칼바람' 불안
  • ▲ 증권과 보험업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연합뉴스
    ▲ 증권과 보험업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은행권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연합뉴스

    최근 증권과 보험 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점포 수를 줄이거나, 1층에 있던 영업점을 2층으로 올리는 등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구조조정 움직임이 없지만,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감원의 칼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는 의미다.

◇ 증권·보험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한파'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합병을 앞둔 우리아비바생명은 내달 11일까지 전체 인력(340여명)의 30% 선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하고, 전날 노동조합에 이런 회사 방침을 전달했다.

사측은 근속연수 15년차 이상의 직원에게 18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5년차 이상은 12월치, 5년차 미만은 2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합병을 앞둔 농협생명과의 업무 중복을 피하고, 최근 악화한 경영실적을 타개하겠다는 게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내달 12일 농협의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아비바생명은 늦어도 내달 11일까지는 희망퇴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우리투자증권도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400명가량을 감원했다.

우투증권은 근무 경력 20년 이상 부장에게 월급 24개월치와 생활안정자금 등 최대 2억5천만원, 부부장과 차장급은 2억30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보험·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방위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생명보험업계 이른바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저금리 환경의 고착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 삼성증권까지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에 나섰고, 대신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현대증권 등도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폐쇄했다.

특히 증권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 올해 줄어드는 임직원 수가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구조조정 칼바람' 다음 목적지는 은행권?

구조조정 칼바람은 아직까지 은행권까지 불어닥치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은행 역시 언제든 휩쓸릴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점포 통폐합이 계속되는가 하면, 1층에 있던 영업점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은행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55개, 49개 점포를 줄였고,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전체 지점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 점포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SC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올해 지점 50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15개 지점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28일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음 달 근거리에 있는 15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22개 지점을 줄인 바 있다.

은행권은 지점 방문 고객이 급속히 줄어 적자 점포가 늘자 몇 년 전부터 점포 통폐합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작년 7월에는 금감원이 나서 18개 시중은행에 적자 점포를 줄여 경비를 절감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작년 12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 수는 4649개로 2012년 12월말(4720개)보다 71개 줄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영업점들도 1층에서 2층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증가하고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부동산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변화는 불가피한 추세다.

금융권에선 이런 추세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사측은 노조에 최대 60개월 급여 지급을 조건으로 내걸고 희망퇴직을 제안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650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해 초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임금피크제 대상(만55세 이상) 직원의 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제도'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과 함께 직무 연수 등을 통해 전직을 지원하는 이 제도엔 2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올해 초 시행한 임금피크제 직원 대상 특별퇴직으로 각각 88명, 30명이 은행을 떠났다.

저성장 기조와 소비위축,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시중은행들도 인력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영화 이후 사라지는 우리금융지주 임직원들도 구조조정의 불안감에 떨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완료된 후엔 지주사는 사라지게 되는데, 지주사 사람들의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은행 등 계열사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담당 수석연구위원은 "저성장과 소비 위축 등의 상황에 따라 은행에도 언제든지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