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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해외 할인 쇼핑에 몰두하는 직구(직접구매)족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토종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일단 외형상 판매 실적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말만 '반 값'일 뿐 할인 품목이나 수량, 결제 수단 등이 한정돼 "소문만 요란한 잔치였다"는 소비자들의 볼 맨 목소리도 적지 않다.
◇ 11번가 금요일 최대 매출…다른 곳도 40-80% 판매 늘어 = 지난 12일 '최대 50% 할인' 문구를 앞세워 진행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는 11번가·현대H몰·롯데닷컴·엘롯데·CJ몰·AK몰·갤러리아몰·롯데슈퍼·하이마트쇼핑몰 등 10여개 국내 온라인쇼핑몰이 참여했다.
15일 11번가에 따르면 12일 하루 매출은 이 사이트가 운영을 시작한 이래 금요일 매출로는 가장 많았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와 비교해도 거래액이 두 배로 불었다. 캐나다구스, 아이폰6, 셀린느 트리오백 등 주요 상품은 판매 개시 후 2~7분만에 매진되는 등 준비한 상품의 90% 정도가 '완판(매진)'을 기록했다.
현대H몰도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마다 1천개의 '50% 할인' 쿠폰을 뿌렸는데, 매시 정각 이후 2~3초만에 모두 소진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그 결과, 하루 매출이 평소 금요일 평균 매출(약 30억원) 보다 37% 정도 많은 41억원까지 급증했고, 인터넷 쇼핑몰 방문자 수도 1.5배에 이르렀다.
1만장의 50% 할인 쿠폰을 발행한 CJ몰 역시 12일 주문액이 1주일전 같은 요일보다 40%나 늘었다. 사이트 순방문자(250만명)도 평일 대비 67%나 뛰었다. 이날 CJ몰에서 주문량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정관장 홍삼원(50포들이·2천여개 판매)'이었고, '아이패드 에어2 16/64GB'는 최대 주문액(4억5천만원) 품목으로 기록됐다.
롯데닷컴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매출도 전주 같은 요일보다 87% 늘었고, 방문자 수는 3배까지 불었다. 가장 먼저 품절된 제품은 50% 할인이 적용된 '아이시스 생수'였고, 이 밖에 네파 윈두자켓, 베네통 패딩, 캐나다구스 패딩, 아가타 스마트폰 터치장갑 등도 조기 매진됐다.
◇ "할인액, 물량, 결제수단 제한…말만 반값 할인" = 이처럼 이번 행사를 통해 싼 값에 원하는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있지만, 기대를 안고 쇼핑을 시도했다가 업체들의 판매 행태에 '농락당한' 느낌만 받았다는 고객도 많다.
우선 11번가, CJ몰 등 일부 쇼핑몰의 경우 50% 쿠폰 적용에 '최대 1만원까지 할인'이라는 조건을 내 걸었다. 금액에 상관없이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많이 사도 최대 1만원 이상 할인 혜택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 할인금액 제한이 없었던 H몰의 경우 품목을 200여개로 한정했다.
업체들이 준비한 할인 품목 수량도 턱없이 적었다. 예를 들어 11번가는 행사 당일 오전 9시부터 캐나다구스를 50% 싼 값(정상가 54만9천원→27만4천500원)에 내놨다. 업체측은 이 상품이 6분 48초만에 매진됐다며 자랑이지만, 원래 준비한 옷이 단 36벌 뿐이었다.
또 11번가는 아이폰6, 갤럭시노트4 엣지 등 최신 스마트폰의 경우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해야만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토종 블랙프라이데이에 구매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한 소비자는 "종일 매시 정각마다 PC 앞에서 기다리다 클릭해도 금방 매진돼 구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쩌다 물건이 남은 경우는 할인액이 한정돼있거나 특정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경우였다"며 "국내 인터넷 쇼핑에 대한 이미지만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