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미국 농·식품 수출액 1조8000억원… 전체 수출액 중 16% 미국 식품산업 보호정책 강화 전망…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향후 수출 안정성 위협… "프리미엄 전략, 다양한 수출활로 개척"
  • ▲ 승리 선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 승리 선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당선인의 미국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고공행진 중인 K-푸드 수출도 위기에 직면했다. 향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강달러와 관세, 검역 등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 다각적인 수출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對)미국 농·식품 수출액은 13억1000만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 81억9000만달러(한화 약 11조4200억원) 중 약 16%를 차지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라면으로 지난달까지 10억2000만달러(약1조4200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위상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의 인기가 식품 분야로 확산되며 최근에는 미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 라면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농식품부도 K-푸드의 해외 유통매장 입점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지향해 향후 강달러, 높은 관세, 검역 절차 등이 예상돼 K-푸드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에 무게를 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던 터라 미국 농업과 식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농심을 제외한 삼양라운드스퀘어와 오뚜기 등 라면 업체들은 수출 중심의 미국 사업을 펼치고 있어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을 관세와 통관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bhc·교촌치킨 등 국내 치킨 업체들도 미국 정부의 향후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치킨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매장을 낼 경우 소방국 등 정부기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 체제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내 농식품 수출에 있어서 통관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농식품 관련 통관 문제 469건 중 약 30%인 140건이 대미 수출 과정에서 발생했다. 주요 항목은 라벨링·포장(51건)이 가장 많았고 △성분 부적합(46건) △서류 미비(21건) △위생(13건) △잔류 농약 검출(4건) 등이다.
  • ▲ 1일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서 열린 라면 수출 10억달러 달성 기념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1일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서 열린 라면 수출 10억달러 달성 기념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집권으로 더욱 강력해질 원·달러 환율도 수출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돼 환율이 오를 경우 밀가루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오른 1401.1원으로 개장해 오전10시 기준 1402.4원에 거래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후 이익이 약 198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상은 같은 기간 5%를 기준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세전 이익 감소액을 91억원으로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 미국 대선, 농업·통상정책 시사점'에서 "대미 수출 농식품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의 약화는 농식품 수출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수출 물량 감소는 국내 농식품 수급과 가격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프리미엄 상품을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 등 다양한 수출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된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정 국가에 수출이 집중될 경우에 대외 변화에 따라서 수출 안정성이 굉장히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시장 다변화를 많이 해놓을수록 이런 리스크를 분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유럽 시장을 공략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를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현지 고소득층들을 대상으로 국내 고품질 농산물을 수출한다면 셀링 포인트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올해 신시장 개척에 방점을 두고 중동과 중남미, 동남아 시장을 넓히는 노력을 했다"면서도 "무역은 호혜적인 성격이 있으며, 현지에는 우리 교민도 있고 K-푸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도 무역 단절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