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 보편관세 부과 시 성장률 1.0%p 감소 예상수출·내수 부진 상황서 트럼프 리스크까지 하방요인 추가 강달러·관세폭탄 귀환 예고… 정부 금융·통상·산업 회의체 가동
  • ▲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41106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41106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 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인 기본관세 10~20%를, 특히 중국 수입품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간 순항하던 대미 무역흑자나 수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3高)로 벼랑 끝에 몰린 우리 경제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경제성장률마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내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년 0.8%포인트(p), 내후년에는 1.3%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경제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대선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으로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1%p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 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상대국이 같은 수준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면 한국 수출액은 연 53억~448억달러(7조~62조원) 감소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여기에 따른 정책이 대체 수요 대응이나 수출 전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GDP(국내총생산)가 0.29~0.67%p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미국과 중국 간 고율의 보복 관세 전쟁이 격화될 경우, 무역량 등이 감소해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는 일정 수준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수와 수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연간 경제성장률(2% 중반대)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IMF는 2.5%, 한국은행은 2.4%로 제시했다.

    그중 가장 낮은 한은의 전망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 2분기 -0.2%, 3분기 0.1%에 그쳤다. 따라서 정부가 설정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1.2% 성장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2~2.3%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6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하며 13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7월 13.5%였던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 증가폭은 8월 11%, 9월 7.5%, 10월 4.6%로 세 달 연속 둔화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앞으로의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 역시 3분기 성장률에 0.9%p 기여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향후 획기적인 성장을 이룰 계기는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당장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서면서 조만간 1420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경제를 최선봉에서 이끄는 삼성전자 등 기업들 마저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10%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수출이 저하되고 투자가 위축되는 등 GDP는 약 1.0% p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2023년 GDP의 6.3%를 차지하는 등 2015~2019년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성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수출 주도형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와 고환율은 물가에 부담을 주고 내수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GDP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트럼프 2기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거시경제금융회의), 통상(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3대 분야별로 각각 별도 회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히 분석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정책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금융·외환시장, 통상, 산업 등 외부로부터 영향이 큰 3대 분야는 각각 별도 회의체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