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정책 핵심,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관세정책 강화 시 글로벌 무역 전쟁 심화 우려감 통상 압력 상승에 '수출 주도형 경제' 한국 큰 부담정부, 금융·통상·산업 등 3개 분야별 회의체 별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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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한국경제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다시 한번 휘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강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경제 측면에서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수출·통상 전략 변화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새벽(현지시간) 대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미국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트럼프 정책 리스크로 직간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설명되는 '트럼피즘(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정책 노선)'의 귀환이 현실화한 만큼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과거 1기 대비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전망"이라며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는 물론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 통상정책과 외환시장 동향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지속적인 증가세로 2022년 9448억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 미국의 적자국은 지난 8월 기준 중국(1847억달러), 멕시코(1090억달러), 베트남(776억달러) 순이며 한국(445억달러)은 8위다. 트럼프 캠프는 유세과정에서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의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입을 지적한 적 있다.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미국과 중국 간 고율의 보복 관세 전쟁으로 격화 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무역량 감소로 이어져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는 일정 수준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더 강경해진 대중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아울러 미국 무역협정과 관련해 향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폐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추진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 당선인은 통상전략과 각국의 FTA가 충돌할 경우에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아 무역갈등이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상호관세 예외국가·기업 인정 등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국무역협회도 관세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맞대응 조치, 제3국의 유사 조치 도입으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혼탁해질 것으로 봤다. 무역협회는 "모든 수입에 대한 추가 관세, 대중국 관세 추가, 상호 대응세 등의 관세조치 실현은 미국이 체결한 국제통상 조약상의 의무에 중대한 위반이 될 수 있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글로벌 보호주의 조치도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특히 보편적 관세 부과와 미국산 제품 우대 조치는 한국 수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주도형 경제의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한국 기업은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방안을 더욱 적극 검토해야 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 공급망은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돼 고율의 보편적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클 수 있다"고 했다.법무법인 지평은 "향후 글로벌 무역 전쟁 심화로 지경학적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으로 국내 경제로 전이되지 않게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정부도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각종 채널을 통해 대미 통상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통상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수준인 만큼 당국의 행보도 당분간 분주해질 전망이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해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을 해 나가고 금융‧외환시장, 통상, 산업 등 외부로부터 영향이 큰 3대 분야는 각각 별도 회의체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최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이어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우리나라의 정책 기조 변화와 국제 정세 변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정책 변화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산업통상자원부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 영향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6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통상당국 대응계획 등을 논의한데 이어 7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미 대선 관련 업계 간담회를 마련했다.최근 안 장관은 글로벌 통상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대미 수출·투자기업 등 업계와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민관 원팀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안 장관은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 대선 이후에도 다양한 고위급 채널을 통해 산업·통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 활동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