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차기 대통령 선출 실패, 시리자 집권하면 그리스 위기 재촉발러시아, 5년來 마이너스 성장 기록…디폴트 우려 재차 확산
  • 그리스 조기 총선과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등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외적인 변수가 악재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시 전문가 "그리스 위기, 글로벌 경기 우려 확산 가능성 낮아"

    29일(현지시간) 그리스가 3차 대선에 실패하면서 그리스는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1월25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에 금융 시장에는 그리스발(發) 불확실성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지지율 1위인 야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조기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시리자는 긴축 재정 중단, 국채 50% 탕감 등 과격한 주장으로 여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40) 시리자 당수는 "구제금융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만약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면 그리스는 다시 부도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에 대한 우려로 9%대로 급등했고, 그리스 아테네 증시 ASE지수는 장중 한때 11.3% 폭락했다. 유럽증시도 동반하락을 면치 못했으며, 달러화대비 유로화의 가치도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시리자가 트로이카의 긴축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리자가 제1당이 될 경우 이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때문에 당분간 그리스 조기 총선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가 글로벌 경기 우려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백 연구원은 "그리스 대통령 선출 실패로 그리스 증시가 장 중 한때 1% 넘게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증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리스 우려에도 스페인 등 주변국 금리가 하락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는 그리스 우려가 주변국(유로존)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리스의 대선 실패와 조기 총선은 증시에 분명한 악재"라면서도 "그러나 그리스 악재는 노출된 재료인데다 유로존 내의 위기확산을 막는 3단 안전장치가 존재해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유로존 내의 위기 호가산을 막는 3단 안전장치로 △SMP(국채매입프로그램) △ESM(유로화안정기구) △미국식 QE(2015년 상반기 시행 전망) 등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결국 그리스 이슈는 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떨어지는 상태에서 뉴스에 따라 증시를 교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도 "유럽 중앙은행(ECB)의 QE(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내년 상반기 중 유로 약세, 달러 강세 추세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유로존 금리는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리스 문제로 범유럽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의 경우 "그리스 이슈는 다시 2012년처럼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시리자가 1당이 된다손 치더라도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로존 탈퇴 등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 5년來 마이너스 성장 기록…디폴트 우려 재차 확산

    같은 날 러시아의 연율 성장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러시아의 마이너스 성장은 2009년10월 이후 처음으로, 서방 제재와 유가 폭락 충격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했다.

    또 루블화 가치도 이날 재차 5.4% 폭락해 달러당 57.1에 거래를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에 대한 루블화 가치가 지난 15일 이후에만 9.3%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금융 불안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와 최근 국제유가 급락, 그에 따른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에 기인한다. 경제 제재로 대외 자본 유출이 지속되며 루블화 가치는 급락하고 환율 방어로 러시아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은 빠르게 감소했다.

    특히 최근의 상황과 닮은 면이 많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IMF) 당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정세가 국내 경제에도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증폭됐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국내에 끼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화폐가치 절하로 신흥국들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1998년의 모라토리엄이나 외환위기와 같이 (한국을 포함한) 전면적인 신흥국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과거보다 환율은 안정됐고, 러시아의 대외 채무도 적고 외환 보유고도 넉넉해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에 대한 추가적인 우려는 '기우'라는 판단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발(發) 금융 불안이 국내 경제에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대(對)러 수출 비중은 2%도 되지 않으며 한국 금융기관의 대러 노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러시아 이슈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러시아 이슈를 경계하는 것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가시화되며 러시아와 NATO간 충돌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금융불안이 주변국으로 확산되진 않겠지만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하연 연구원은 "신용평가사인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편입해 정크등급으로의 강등 가능성이 커졌다"며 "풍부한 외화보유액으로 외채상환에 따른 어려움은 없어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러시아 금융불안이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NG 뱅크의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와 옛소련권 담당 드미트리 폴레보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로이터에 "이번 마이너스 성장은 서방 제재와 유가 하락, 그리고 이달 초 불거졌던 금융시장 공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러시아 금융도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를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연례 기자담화를 통해 "현 경기침체가 2년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장관들에게 극심한 경제 침체를 관리하기 위해 연말까지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라고 지시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임을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