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작년 6월 무단 인출·카드 대출 발생광양 농협 인출 사건 판박이… 개인 인증수단 털려연이은 사고, 불안한 소비자… "농협 믿고 맡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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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예금 무단 인출사고'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농협에서 두 건의 무단 인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농협에 돈을 맡긴 소비자들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건의 사고는 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보안카드 또는 공인인증서 등 본인 인증 및 보안을 위한 장치가 뚫려서 발생한 사고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농협 예금 계좌에서 2000만원이 타인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은행 카드로 280만원이 결제됐고, 300만원 상당의 카드 대출까지 이뤄진 것이다. 심지어 A씨 카드에 대한 지급정지가 해제되거나 다른 은행에서 A씨 명의 신용카드가 발급되기까지 했다.

경찰은 당시 피해 신고를 받고 예금인출 과정에서 접속된 인터넷 IP 주소를 추적하고 돈을 이체받은 통장 주인 2명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통장은 대포통장이고 IP주소 역시 도용된 주소였기 때문이다.

농협 측은 A씨의 피해 경위를 조사 중이며, 피해 보상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 측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피해자 A씨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에도 전남 광양의 한 농협 계좌에서 1억2000만원이 무단 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피해가 알려진 즉시 조사에 착수했지만 한 달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고위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범인이 폰뱅킹을 이용해 피해자 계좌의 예금을 빼돌린 사건"이라며 "범인은 전화번호를 변조함으로써 농협 전산망에 접속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접속 후 어떻게 돈을 빼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OTP, 보안카드 등의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4월과 6월 발생한 두 무단 인출사고는 본인 인증 및 보안을 위한 장치가 뚫려서 발생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앞서의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완벽한 보안장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경우 언제든 해킹 피해의 위험성이 있고, 보안카드 역시 스캔 등의 방법으로 컴퓨터 내에 저장할 경우 위험하다는 것. OTP가 안전하다곤 하지만, 상대방의 요구에 비밀번호를 불러줄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농협에서의 무단 인출사고 사례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농협에 돈을 맡긴 금융소비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이중범(32) 씨는 "대학시절부터 농협이 주거래은행이었고, 농협에 적금통장도 있는데,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니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부 조을순(57) 씨는 6일 오전 농협 영업점을 찾아 거래 통장을 해지했다. 조 씨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기에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신청하지도 않았다"면서도 "나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간다는 걸 생각하면 불안하다"며 해지 이유를 밝혔다.

농협 측은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위탁손해보험사에 손해보상을 청구해 수일 내 피해액을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