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전세물건 씨 말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거나, 주거공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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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 김우재(29) 씨는 개강한 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주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 씨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집 주인이 전셋값 3000만원을 올려주거나, 그에 상응하는 월세를 매 달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고민돼 이사를 고려 중이지만, 문제는 학교 근처에 그 가격에 들어갈 수 있는 오피스텔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미니원룸이나 하숙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직장인 문창섭(33) 씨는 최근 16평 규모의 다세대 주택을 한 채 매입했다.

    문 씨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집 주인이 1억원을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근처의 다른 집을 알아봤지만, 전셋집 자체가 귀했으며 그나마 몇 안 되는 집들은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다”며 “이번에 전세를 올려줘도 2년 후엔 또 올릴 것 아닌가. 차라리 한 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셋값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끊임 없이 오르는 전세값과 전세 물량 부족에 지친 '전세 난민'들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로, 오피스텔에서 미니원룸으로 옮기는 등, 주거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전세를 포기하고 비슷한 가격의 연립·다세대 주택을 사들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대학가 인근에서도 “전세가 없으니 차라리 매입은 어떠냐”는 권유가 일부 부동산 업소에서 발생하고 있다.

    ◇ 아파트 전셋값 감당 못해… ‘비슷한 가격 다세대·연립 차라리 사자’


    한국감정원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실거래 신고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1월 기준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 2년새 7%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의 중형 이하 주택 거래량은 2013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그 증가 폭은 20% 후반대에 달한다.

    지역(서울·경기·인천)과 평형(소형·중소형·중형) 별로 보면 아파트보다 다세대·연립 주택의 거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서울의 소형 주택 거래량은 아파트가 2013년 1만5400가구에서 지난해 2만200가구로 31.0% 늘었고 연립 거래량은 1800가구에서 2600가구로 43.6% 늘었다.

    서울 중소형의 경우 역시 아파트가 29.2%(2만1700가구→2만8000가구) 늘어난 사이 연립은 50.0%(1600가구→2500가구) 증가했다.

    서울 중형의 경우, 아파트는 31.8% 늘었지만, 연립은 44.3%, 다세대는 41.7% 늘어 연립과 다세대주택 거래 증가량이 아파트를 웃돌았다.

    경기 지역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경기의 소형 주택 중 2013년과 비교한 지난해 아파트 거래 증가량은 30.4%로 연립(21.8%)보다는 높았지만 다세대(32.6%) 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경기 중소형 주택의 경우 아파트가 20.1% 증가하는 사이 연립은 28.2% 증가했고, 경기 중형의 경우 아파트 거래 증가량(20.0%)은 다세대(31.4%)나 연립(30.0%) 거래 증가량에 미치지 못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수도권에서 1억∼2억원대 소형 아파트 전세수요가 2억∼3억원대의 소형 연립·다세대 주택 등의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대학가 전세 물량 전멸… ‘사거나, 줄이거나’


    3월이 되면서 새학기 개강이 시작됐지만, 오피스텔·원룸 등 전세 물량의 부족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대학가 인근 부동산업소에서는 “전세가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업소는 “차라리 하나 매입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신촌 A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는 전혀 없고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5만~40만원 정도 하는 월세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땅한 전세가 없으면 그냥 하나 사는 것이 어떠냐”며 “실제로 차라리 하나 사려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권했다. 그에 따르면 신촌 인근 신축 투룸 2억6000만~2억7000만원선, 오피스텔은 1억7000만~2억원 초반선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대 인근 B부동산 대표도 “전세 물건은 현재 하나도 없다”며 “전셋집은 찾기 어렵고, 월세는 매달 돈을 내야해서 부담이 큰 탓에, 원룸·투룸 매매 문의가 가끔 들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흑석동 C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및 여의도로 출퇴근이 편리하다는 입지조건 때문에 대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까지 들어오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던 학생들이 미니원룸이나 하숙집, ‘잠만 자는 방’ 등으로 옮기겠다는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는 현상 때문에, 정말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건물주들이 전세를 잘 놓지 않으려고 한다”며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주거공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