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고공행진, 월세 전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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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경제

     

    #.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일대 신축빌라로 이사한 이상연씨(51·가명). 그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50만원 월세를 구했다. 방 3개 화장실 1개인 이 집에서 4식구가 살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전세로 살던 이 씨는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 이사하게 된 경우다. 이씨는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3학년 자녀의 학교 문제로 타 지역으로 이사를 못 했다. 가진 돈에 맞춰 이사하려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월세. 이씨는 앞으로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말한다. 그는 "(아들이)고등학교를 들어가는 내년에는 최소 방 4개인 집이 필요한 데, 걱정"이라며 "앞으로 월세를 내가면서 돈을 모을 수 있을지 깜깜하다"고 말했다.

     

    #. 직장인 최은정(30·가명)씨는 요즘 집 때문에 골치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최씨는 이른 시간에 업무를 시작하는 직업 특성상 가까운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문제는 월세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 당초 전세를 찾던 최씨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전세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얻은 월세방은 가격도 비싸면서 뭐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집주인도 들어올 사람 많으니 알아서 하란 식으로 나와 이사한 지 2개월 만에 집을 내놨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월세살이의 서러움이 뭔지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 올봄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차재훈씨(34·가명)는 최근 신혼집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일 퇴근길에 공인중개사무소를 들른다는 차씨. 그는 예비신부와 돈을 합쳐 오피스텔 월세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서울 전셋값이 워낙 비싸고 매물도 없어 목돈 부담이 적은 월세를 택했다. 차씨는 "월세부터 시작하려니 처가에 면목이 없다"며 "가진 돈과 대출을 더 하면 전세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어림도 없었다"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봄 이사철 재계약에 실패해 갈 곳 잃은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월세는 총 5200건으로 전월 대비 32% 늘었다.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월세로 눈을 낮춘 세입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전세난의 근본 원인은 공급이 수요보다 적기 때문. 경기불황과 저금리 상황에서 목돈인 전세가 매력을 잃자, 집주인들이 안정적 고정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월세로 전환한 것이다.

     

    공급 급증에 떨어졌던 월세는 보합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월세 집계를 보면 지난달 수도권은 23개월 만에 보합 전환됐고 지방은 보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북은 신학기 수요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었고 강남도 재건축 이주와 학군 수요로 월세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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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감정원

     

    은평구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전세는 없는데 찾는 사람은 넘쳐나 물건이 나오면 바로 계약하겠다는 이들이 많다"며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다고 하지만, 당장 목돈이 마련이 여의치 않은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개업공인중개사도 "월세는 이 집 저 집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되지만, 전세는 나오면 바로 계약해야 한다"며 "얼마 전에는 아침에 집을 보고 저녁 때 계약하겠다고 전화가 왔지만 가보니 그사이에 다른 사람이 계약금을 걸어 중개를 해주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집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한 월세 계약자는 "월세가 좋아서 살겠느냐, 예전 같았으면 전세 구할 돈으로 요즘 반전세밖에 못 들어간다"며 "전세대출도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월세에 사는 사람이 그거 다 맞추기 쉽겠냐, 당장 직장 때문에 서울 밖으로 나가는 건 어렵다. 월세라도 살면서 버텨야지 어쩌겠느냐"고 한탄했다.

     

    이같은 월세 수요는 수도권에서도 서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만큼 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가 많아서다. 서울은 직장과 대학교가 몰려 있어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월세 공급은 늘고 있는 반면 임차인의 월세 기피로 수요가 저조하다. 전세 공급도 서울보다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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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