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조' 한마디에 고소전… 노조간 갈등 점입가경 전문가들 "노조간 대립 계속되면 결국 근로자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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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행 노조들 사이의 갈등이 고소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의 '채널 갈등'이 희미해지자, '노노갈등'이라는 새로운 갈등 구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기존 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새노조(KB국민은행노조) 간부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모두 물러난 직후, KB금융은 새 최고경영자(CEO)를 찾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노조 측이 기존 노조 공격에 나선 것이다.

     

    새노조는 기존 노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며 '황제노조'라고 비난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사들이 적극 추천한 윤종규 후보(지금의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를 기존 노조가 적극 지지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새로운 회장 선임에 개입하니, 성낙조 기존 노조 위원장은 황제와 다름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기존 노조는 새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기존 노조는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혹세무민하는 이들에게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노동조합 흔들기를 시도하는 지극히 위험한 세력이 내부에 있다. 노동조합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까지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이며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두 노조의 다툼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더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선거에서는 기존 노조 측 손경욱 후보와 당시 새노조위원장이었던 윤영대 후보가 맞붙었다. 결국 손경욱 후보가 당선돼 현재 우리사주조합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전이 끝나면서 두 노조의 갈등은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노조간의 고소전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 구도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범철 새노조 고문은 "지난달 27일 관악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왔다"며 피고소 사실을 확인했다.

    전범철 고문은 "그 정도 표현으로 고소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한 행동이라고 본다. 무죄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며 "무죄가 확정된 이후, 성낙조 위원장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존 노조 측은 "새노조를 표적 삼아 고소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낙조 기존 노조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노조 측 인사들을 조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노갈등 양상이 근로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윤기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미디어경영 전공)는 "회사 내에 집단간 갈등이 존재하면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윤기 교수는 "노사갈등에 비해 노노갈등이 존재할 때는 사기저하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사측이라는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라는 '동료'와의 투쟁양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라며 "슬기롭게 갈등을 봉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도헌 노무사는 "노노갈등이 발생한다고 해서 회사가 손해를 입진 않는다. 결국 손해보는 것은 일선 근로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등이 합쳐져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한 이래, 국민은행은 계속 '채널 갈등'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통합 후에 입사한 사원들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채널 갈등은 옅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간 다툼이 새로운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KB금융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