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다짐, 경영진 뿐 아니라 노조와도 함께 해야
  • ▲ 경영진이 중징계를 피하면서 KB 경영공백이라는 '급한 불'은 꺼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노조와의 화합이다. ⓒ NewDaily DB
    ▲ 경영진이 중징계를 피하면서 KB 경영공백이라는 '급한 불'은 꺼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노조와의 화합이다. ⓒ NewDaily DB

    심기일전 향상일로(心機一轉 向上一路).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면한 이후, '밀고 있는' 표현이다. 최근 KB를 휩쓴 여러 위기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임 회장을 비롯한 KB 경영진들은 지난 주말 템플스테이를 통해 그 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경영진 내부의 화합 외에도 KB가 넘어야만 하는 산이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노조 끌어안기다. 국민은행 노조들은 "이번 제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사측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날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완전히 이루기 위해 노심(勞心) 끌어안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날 세운 노조… 무기한 시위 돌입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를 결정하자 '대한민국의 금융은 죽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제1노조는 지난 22일 이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의 징계권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았다. 제1노조는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민·형사를 불문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의 경우 이미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여러 차례 고발한 상태다. 제3노조 측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최종구 수석부원장, 이번 KB 심의를 담당한 심의위원 전원을 파면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이 쯤 되면 막가자는 건가?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존재의 의미가 없는 금감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두 노조는 이번 경징계 결정에 항의하는 취지의 시위를 현재도 진행하고 있다. 제1노조는 국민은행 여의도·명동 본점에서, 제3노조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각각 무기한 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 경영진 뿐 아니라 노조와도 '심기일전' 함께 해야

노조들의 반발이 거세진 상황에서, 이들을 달래는 일이 KB의 최대 과제로 남았다. 그간 불협화음을 보인 임 회장과 이 행장, 지주와 은행이 '화해 무드'로 간다 하더라도, 노조와의 갈등 국면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영 불안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모두 경징계를 받게 됐으므로 심각하고 다급한 경영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면서도 "경영 불안을 초래한 책임을 노조가 경영진에게 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경영진이 서둘러 노조 끌어안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영 상태 적신호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가 26일 조합원 찬판투표를 거쳐 9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것도 경영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만약 의결이 될 경우, 지난 2000년 14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KB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경영진 화합에 나선 노력만큼, 노조 마음 끌어안기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위한 시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노조 본연의 임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임 회장과 이 행장 외에도 87명의 KB금융 임직원이 이번에 제재를 받았다. 이 중 단순히 정보보안 담당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징계를 당하는 직원이 없도록 노조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KB금융 측은 "여러 방법을 통해 노조와 대화하고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달 노사갈등을 겪었던 KB신용정보 노조는 현재 시위를 멈춘 상태다. KB신용정보 노조 관계자는 "그 동안 장유환 사장이 임직원에게 폭언 등을 한 탓에 노사간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장 사장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