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노조는 또다른 황제" vs "근거 없는 낭설" 노조간 갈등우리사주조합 선거 과열양상… 회장 선출 갈등으로 번져
  • ▲ KB금융 새 회장 선출 문제를 놓고 국민은행 기존노조와 새노조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NewDaily DB
    ▲ KB금융 새 회장 선출 문제를 놓고 국민은행 기존노조와 새노조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NewDaily DB

    국민은행 기존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 : 제1노조)와 새노조(KB국민은행노동조합 : 제3노조)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KB금융지주 새 회장 선출 문제 때문이다. 

새노조는 "기존노조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존 노조는 "일부 세력이 근거 없는 음해를 일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 "특정 후보 밀어주기" vs "근거 없는 낭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새노조다. 새노조 측은 "기존노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회장 선출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노조를 공격했다.

복수의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1차 후보군 인사들 중 기존 노조원들로부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성품이 온화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 등이 요인이다. 그러나 '토종 KB맨'이 아닌 점, 재직 당시 부정회계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걸림돌로 여겨진다. 

새노조는 이 점을 문제삼고 나섰다.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은 "윤 전 부사장은 LIG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해 KB금융에 3925억원 손실을 끼친 인물"이라며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1조6564억원 분식회계하는 등의 행위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받기도 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그러면서 기존노조를 향해 칼날을 겨누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사들이 적극 추천한 윤 전 부사장을 노조가 적극 지지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더 이상 기존노조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새노조는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을 "(경영진에 이은) 새로운 황제"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새로운 회장 선임에 개입하니, 황제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기존노조는 이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새노조의 이같은 공격이 근거 없는 비방이라는 입장이다.

기존노조는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혹세무민하는 이들에게 경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노동조합 흔들기를 시도하는 지극히 위험한 세력이 내부에 있다"고 반박했다.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노동조합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까지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이며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성 위원장은 "150일 넘게 관치 철폐 투쟁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해 '외부 낙하산 인사를 불러왔다'고 폄훼하는 것은 KB의 모든 직원과 노동조합을 욕보이는 일"이라며 "노조위원장을 황제나 왕으로 비유하며 깎아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장 선출 작업은 노조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두 노조는 모두 "노노 갈등으로 비추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은 "노조간의 갈등이 아니라, 부패 세력과 반부패 세력의 싸움"이라며 "노조 간의 힘겨루기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존노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이런 모습을 보여 유감"이라며 "노조 간의 갈등이라기 보단, 특정 세력의 (기존)노조 흔들기"라고 말했다.

  • ▲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좌)과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우). ⓒ 각 노조 제공
    ▲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좌)과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우). ⓒ 각 노조 제공

  • ◇ 유례없는 勞-勞갈등, 우리사주조합 선거 때문에

    두 노조의 갈등은 '우리사주조합' 선거의 과열 양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새노조와 기존노조는 각각 기호 1·2번을 달고 해당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지난 달 26일 열린 선거에서 기호 2번 손경욱(기존노조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기호 1번 윤영대(새노조 위원장) 후보를 앞서고 1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손 후보의 득표율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 탓에 오는 13일 재투표를 앞두고 있다. 

    두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선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노조활동과는 별도로 사주조합의 힘(지분)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0.75%다. 상법상 금융투자업자 특례조항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은 △이사해임 청구권(0.125%)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0.75%) △사외이사 추천권(0.25%)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를 추천할 수도, 해임 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타 금융사 우리사주조합보다 그 의미가 각별하다. KB금융은 사외이사의 발언권이 타사에 비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도, 해임 청구할 수도 있는 권한을 우리사주조합이 갖고 있다. 이러한 우리사주조합은 지금까지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종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따라서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두 노조의 주도권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회장 선출 작업에 '노조'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KB금융 안팎에서는 13일 열릴 우리사주조합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어느 쪽 노조에 힘이 실리느냐에 따라 회장 선출 국면이 달라질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