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타 은행 출신 영입, KB인 자존심 짓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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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행 노조들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한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들은 후보자 평가 방법과 선정 기준이 투명하지 못한 점, 임직원 추천 후보가 배제된 점 등을 문제삼았다.

    그동안 KB금융은 관치금융 논란, 교수 출신 인사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 등의 이유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적임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KB금융은 내부 반대 여론이라는 또 하나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기존노조)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 선정과정 의혹을 담은 성명서를 16일 발표했다.

    기존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임직원 추천 사외이사 예비후보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9일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모든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임직원들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김진 변호사를 추천했다. 하지만 김진 변호사는 예비후보 명단에서 빠졌다.

    기존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측은 "김진 변호사 외에도 임직원 추천이 반영된 후보가 3명 있긴 하지만, 이들은 서치펌에서 중복 추천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임직원 추천 만으로 선임 예정인 후보는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 한 번의 회의로 후보 선정이 완료된 점,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의 김중회 전 KB금융 사장(현대캐피탈 고문)이 후보로 올랐다가 하루 만에 고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문제 삼았다.

    기존 노조는 후보자 전원에 대한 적격성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성낙조 위원장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자 평가방식과 선정기준 등이 공개돼야 한다"며 "사외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적격성 평가를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 도덕성을 검토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주주총회를 통한 선임 반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왼쪽)과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오른쪽). ⓒ 각 노조 제공
    ▲ 성낙조 기존노조 위원장(왼쪽)과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오른쪽). ⓒ 각 노조 제공

    KB국민은행노동조합(새노조) 역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새노조 측은 “이번 사외이사 예비후보진 선정은 구태, 부패, 관치의 극치며, KB인의 자존심 마저 손상하는 최악의 인사”라며 날을 세웠다.

    새노조 측은 “여론에 떠밀려 고사하긴 했지만, 김중회 전 사장을 후보로 선정한 것은 결국 '관피아' 척결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최윤열 전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김정태 전 행장(하나금융 회장과는 다른 인물로, 2014년 1월 사망)의 고교 후배로, 김 행장이 불법 스톡옵션을 행사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얻도록 도운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특히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해 “KB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KB금융, 특히 국민은행의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 ‘신한은행보다 능력이 처지는 직원’들이라고, 반대로 잘 되면 ‘신한은행을 본받은 덕분’이라는 평가가 세간에서 나올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재하 전 금융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는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이어 또 ‘연피아’ 인사를 단행하려느냐”고 비판했다.

    임직원 추천 예비후보자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새노조 측은 “결국 윤종규 회장이 우리사주조합을 무시했거나, 사주조합이 추천권을 쟁취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노조는 지난해 우리사주조합 이사장 자리를 놓고 기존 노조와 격돌한 바 있는데, 재투표 등 우여곡절 끝에 기존 노조 측 인사가 당선됐다.

    윤영대 새노조 위원장은 “윤종규 회장과 이사회는 금번 후보자 인선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며 “만약 강행할 경우에는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이들에 대한 선임 저지는 물론, 윤종규 회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대학교수 일색으로 편중된 이사진 구성을 다양화하고, 특히 타 회사 출신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등 나름 쇄신을 위해 노력했는데, 내부 반발 여론에 맞닥뜨리게 됐다”며 “사외이사 구성 작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KB금융의 이 같은 ‘진통’은 신한·하나·농협금융 등 다른 지주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 지주사 역시 오는 3월로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진통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