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김용환 NH 내정자도 안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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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리스트'의 불길이 금융당국과 은행권으로 본격적으로 옮겨 붙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인 금융감독원과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및 최대 금액을 대출해 준 한국수출입은행은 물론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해당 은행들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만나자고 요구할 경우 방법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실제 특혜는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금감원이 지난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개시를 전후해 은행들에게 70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 주도록 압박했다는 혐의에 대해 곧 본격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2월 경남기업은 무상 감자 없는 1000억원 출자 전환과 3800억원의 신규 자금 수혈을 포함, 모두 63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금감원 고위 간부가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대해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처리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를 최근 검찰에 전달했다.

     

    실제 성완종 전 회장은 2013년 9월3일 김진수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것으로 성완종의 '비망록'에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부원장보를 끝으로 금감원에서 퇴직한 김진수 전 국장은 감사원에서도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 외압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장이던 최수현 전 원장도 충남 예산 출신으로 성완종 전 회장과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진수 전 국장은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금감원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성완종 비망록에는 또 김진수 전 국장과 만난 직후 성완종 전 회장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양식당에서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9월12일에는 임종룡 당시 NH농협금융 회장(현 금융위원장)을, 9월13일에는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현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을 각각 만난 것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과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용환 전 행장은 "만난 기억은 있으나 경남기업 얘기는 전혀 없었고 주로 정치에 대한 얘기만 했다"고 해명했으며, 이팔성 전 회장은 "기억 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이 3년전 160억원에서 2172억원으로 급증,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1761억원)보다 많아졌고 결국 20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해 수은 측은 "대출 증가의 주 원인은 작년초 채권단 공동 기업구조조정대출 때문이며 당행이 1200억원대를 분담키로 했었다"면서 "2013년에 증가한 600~700억원은 중소중견 건설사 지원을 강화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 건설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정상적인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성완종 전 회장과 접촉이 있었던 인사들이나 해당 은행들은 성완종이 당시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이어서 만나자는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으나, 실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망록에 등장한 한 인사는 "정무위원이 보자고 하는 데 어떻게 만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