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세월호'·유일호 '서민주거' 현장 외면…취임사 "현장중심 행정" 무색
  • ▲ 유일호 국토부 장관(왼쪽)과 유기준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유일호 국토부 장관(왼쪽)과 유기준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시한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취임 후 현장방문 일정이 불리한 곳은 꺼리는 등 균형감각을 잃거나 취임 때 밝힌 포부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임 초기에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갈등 해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성과 보여주기식의 대외활동이 적지 않다는 견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일호 국토부 장관과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13일로 취임 90일째를 맞는다. 두 장관은 지난 3월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나란히 취임했다.

    두 장관은 취임사에서 약속이나 한 듯 현장 중심의 행정을 강조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민성 행정'을,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더 잦은 현장 방문을 각각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두 장관의 취임 이후 현장방문을 들여다보면 언행일치에 다소 하자가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와의 거리 두기로 눈총을 사고 있다.

    취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유기준 장관의 대외 공식 방문 일정을 보면 유 장관 지역구인 부산을 비롯해 서울·인천은 3차례, 제주·충남·경기·전남은 2차례, 전북·강원은 각각 1차례 방문했다.

    유기준 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전남 여수 엑스포장을 택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터라 유기준 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어디를 택할지 주목됐었다. 유기준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첫 방문지로 부산을 피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팽목항을 찾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유기준 장관은 3월19일 두 번째 방문일정 때 서울 노량진시장을 거쳐 경기 안산시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방문시간은 분향과 자원봉사자 격려시간을 포함 총 30분이었다.

    유기준 장관은 지난달 15일에도 안산시를 찾았다. 해양바이오에너지 현장방문 일정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내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유기준 장관은 이곳에서 기술원의 부산 이전 등 주요 현안을 보고받은 뒤 인천 영흥도 화력발전소 내 해양바이오디젤연구시설을 찾았다. 합동분향소는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유기준 장관의 부산 방문 때와 비교되는 동선이다. 유기준 장관은 4월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전 개원식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을 때는 추가로 부산대학교병원에 들러 선원 건강관리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4월23일 부산 공동어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자갈치시장과 북항 재개발현장을 찾는 등 주요 방문지 주변을 연계해 돌아다녔다.


  • ▲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뉴데일리경제
    ▲ 지난 4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다.ⓒ뉴데일리경제


    유기준 장관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4월6일 한 차례 만났을 뿐이다. 이날 면담은 예정돼있었음에도 일부 유족이 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순탄치 않았다.

    박주민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은 "당시 면담 예정시각이 한참 지나고 청사 밖에서 경찰과의 충돌과 소란이 벌어졌음에도 유기준 장관은 보고받지 못했다며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전했다.

    박 법률대리인은 "그날 전후로 유기준 장관과 유가족들의 만남은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대신 유 장관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처리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피해자 배·보상 문제 등에 대해선 속도를 내는 등 세월호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기준 장관은 크루즈산업이나 국내 최초로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한 김승진(52) 아라파니호 선장의 입항식 등 언론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국내·외 행사에는 적극 동참하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선정한 15개 핵심 성과목표 중 크루즈산업과 관련해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에도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상해에서 열린 크루즈 관광설명회에 직접 참석하고 귀국길에는 크루즈 관광을 체험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5월16일에는 충남 당진 왜목항을 찾아 김 선장의 무사 귀환을 축하했다. 5월29일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과 관련해선 김 선장을 대통령표창 수상자로 추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정확한 사정도 파악하지 못한 채 사회적 관심사에 편승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수부는 김 선장 귀항이 임박한 시점에 보도자료를 내고 김 선장이 세계에서 6번째로 단독·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며 입항식에 유기준 장관도 참석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김 선장의 도전은 세계 공인을 받지 못했으며 비공인 포함 세계 10번째 성공이다.

    김 선장의 도전을 지원한 희망항해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충남도에서 처음 세계 6번째 성공이라고 홍보했는데 사실이 아니어서 수정을 요구했었다"며 "해수부가 충남도 보도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인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 ▲ 철도물류기지 현장방문.ⓒ국토부
    ▲ 철도물류기지 현장방문.ⓒ국토부


    유일호 국토부 장관의 현장방문도 취임사에서 밝힌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유일호 장관이 취임 후 지난달 말까지 총 13번의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고 홍보했다. 주로 철도물류현장이나 복선전철·도로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유일호 장관이 취임사에서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은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였다.
    유일호 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서울 은평구의 매입임대주택과 경기 고양시의 영구임대주택을 찾아 서민주거복지 실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한 번뿐이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서는 이후로 유일호 장관이 서민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했다는 동정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유일호 장관은 취임사에서 직원들의 창의성과 순발력을 강조하며 "순발력은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을 때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해 현장을 더욱 자주 찾아가기 바란다"고 주문했었다.

    일각에서는 유일호 장관이 자신의 말대로 얼마나 자주 현장을 찾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호 장관의 공식 대외 일정 13번 중 3번은 식목일 행사, 국토부 제3기 어린이·대학생 기자단 발대식, 말레이시아 육상대중교통위원장 면담 등이다. 유일호 장관이 지난달 27일 독일에서 열린 국제교통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까지 7.2일에 1번꼴로 공식적인 동정자료가 나온 셈이다.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는 정모씨는 "그동안 국토부 앞에서는 지속해서 건설·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가 모여 1인 또는 단체시위를 펼쳐왔다"며 "(국토부 장관이) 취임 이후 각종 기념행사 참석 외에 얼마나 많은 이해갈등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6월 12일자 '정치인 출신장관 '입맛따라' 현장방문' 및 24일자 '"벌써 총선행보?…장관 스펙쌓은 유기준 해수, 부산만 찾고 또 찾고' 제하의 기사에서 유 장관이 세월호 유가족과 4월 6일 단 한 차례 만났으며, 6월 17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의 세종시 항의방문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해 부산지역 행사장에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결과, 유 장관은 취임 이후 3월 19일, 4월 6일, 4월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고, 6월 17일 오후 캠코선박운용㈜ 및 부산보훈병원 방문 등 부산지역 행사 참석은 6월 12일과 4일에 이미 확정된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더불어, 유 장관은 이날 부산지역 방문은 세월호 유가족의 세종청사 항의 방문과 무관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