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칸 라이언즈 돌풍 일으킨 게릴라 캠페인독 GGH 로위, 그라바츠&파트너즈 합작

  지난 6월 27일 폐막한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타는 작품은 전체 4만 점 출품작 중 0.05%도 채 되지 않는다. 설사 그랑프리 수상작이라 하더라도 지역적인 특성 상 집행된 지역 밖에서는 별로 설득력이나 실효성이 없어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이라 하더라도 그 문제 자체를 변용하거나 차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번 칸 라이언즈에서 금상 6개, 은상 5개, 동상 하나를 받은 엑시트-도이틸란트의 ‘나치에 반대하는 나치(Nazi Against Nazi)’ 캠페인이 바로 그런 예.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이민 유입으로 선진국병을 앓는 것은 독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신나치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목소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어나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과거사를 철저히 통한하고 반성하도록 교육 받는 독일인들 사이에서 이들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골칫덩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과격한 확신범들을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엑시트-도이틸란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캠페인들을 통해 신나치주의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비영리단체다. 이들의 캠페인은 주로 게릴라 이벤트 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친나치주의자들에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종류의 신조는 논리나 이성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믿음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엑시트-도이틸란트는 지금껏 주로 신나치주의자들을 ‘당황하게’ 혹은 ‘부끄럽게’ 만드는 방법을 택해왔다. ‘나치에 반대하는 나치’도 바로 그런 방식의 캠페인이다. 신나치주의자들이 행진하는 바로 그 날, 바로 그 행진 구간에서 나치에 반대하는 걷기 운동을 진행하기로 한 것. 철저히 비밀에 붙여 행진 시작 5분 전에야 모습을 드러낸 통에 나치주의자들이 깨달았을 땐 이미 행진 계획을 철회할 수도 변경할 수도 없었다. 더욱이 시민들과 중소기업들이 나서 1km 행진할 때마다 10유로씩 반나치 운동 성금을 내기로 했다. 

  이 캠페인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매체비 한 푼 쓰지 않았어도 전년 대비 모금액을 10배로 늘릴 수 있었으며, 이 행진만으로 모금된 액수는 1만 유로에 달한다. 

  젊은이들이 신나치주의와 같은 패거리 문화에 동조하려면 우선 ‘멋있고’ ‘강해’ 보여야 한다. 엑시트 도이틸란트는 바로 그 점을 간파했다. 아무리 머리를 밀고 검정 가죽 재킷을 입는다 해도 반대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는 행진이 멋져 보일 리 없다. 게다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일반시민들마저 조롱하듯 빙글빙글 웃으며 지켜보니 말이다. 

  그것이 ‘구매’든, ‘브랜드 선호’든, 모든 광고, 마케팅, PR 캠페인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행동 변화’다. ‘나치에 반대하는 나치’가 칸 라이언즈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풍당당하던 나치의 걸음걸이를 위축되게 만들고 집으로 돌아가게끔 ‘구체적 행동변화’를 촉발한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