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콤 그룹 산하 인터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 발표애플, 1위 자리 지켰지만 전년 대비 3% 하락… "지지부진한 AI 전략 탓"삼성, 한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톱10에 포함… 지난해와 동일한 5위기아·현대차, 올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 보인 브랜드에 포함 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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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로 평가 받는 애플(Apple)의 브랜드 가치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애플은 올해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3% 떨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산하 브랜드 컨설팅 기관인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Top 10 Most Valuable Brands(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에 따르면 애플의 2024년 현재 브랜드 가치는 4889억 달러(한화 약 393조1062억)를 기록하며 1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격차는 1364억 달러(약 185조5995억)로 크게 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11% 성장한 사이 애플은 3% 가량 하락하면서 온도차를 보였다.

    3위는 아마존(Amazon), 4위는 구글(Google), 5위는 삼성(Samsung)이 차지했다. 이어 6위부터 10위에는 토요타(Toyota), 코카콜라(Coca-Cola),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맥도날드(McDonald's), BMW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곳은 애플과 메르세데스 벤츠 두 곳이다. 한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순위에 오른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006억 달러(약 136조7657억원)로 전년 대비 10% 올랐다.
  • ▲ 인터브랜드의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 ©Interbrand
    ▲ 인터브랜드의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 ©Interbrand
    인터브랜드의 그렉 실버맨(Greg Silverma) 브랜드 경제 부문 글로벌 디렉터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애플의 지지부진한 AI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경쟁 업체가 앞다퉈 생성형 AI(Generative AI) 모델을 발표할 때 관련 계획을 발표하지 않다가 올 6월에서야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애플의 올 2분기(1~3월) 아이폰(iPhone)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으며, 매출은 같은 기간 4% 감소한 907억5000만 달러(약 123조3746억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또한 올해 5월에는 기술이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와 창의성을 파괴하고 이를 대체하는 듯한 묘사로 논란이 된 '크러쉬(Crush)' 광고로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인터브랜드는 애플이 이같은 부진에도 불구하고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2025년에는 다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올해 3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857억8000만 달러(약 116조6179억)를 기록했으며, 오는 10월 31일에 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의 순위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지난해 9위를 기록한 나이키(Nike)는 올해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5% 하락한 454억 달러(약 61조7213억원)로 떨어지면서 올해 순위도 14위로 하락했다. 나이키는 브랜드 혁신과 Z세대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또한 현재는 전략을 수정했지만, 소비자 직접 판매(D2C)와 퍼포먼스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나이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어든 116억 달러(약 15조7702억원)를 기록하자, 2024년 회계연도 전망을 철회하고 향후 분기별 전망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다음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키는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달 존 도나휴(John Donahoe)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를 대신할 신규 CEO로 엘리엇 힐(Elliott Hill)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톱100'위 안에 14개 자동차 브랜드가 포함 돼 눈길을 끈다. 이들의 브랜드 가치가 대부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한 반면, 한때 마이크로소프트, 샤넬(Chanel)과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로 꼽혔던 테슬라(Tesla)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9% 하락한 455억 달러(약 61조8573억원)로 평가됐다. 실버맨 디렉터는 전기 자동차 시장이 포화되면서 테슬라가 로보택시(robotaxis)와 같은 다른 수익 모델에 집중한 것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 올해 가장 가파른 브랜드 가치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 ©Interbrand
    ▲ 올해 가장 가파른 브랜드 가치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 ©Interbrand
    올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는 페라리(Ferrari)로,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21% 오른 131억 달러(약 17조8095억원)를 기록했다. 이어 유튜브(YouTube)가 16%, 에르메스(Hermes), 기아(Kia), 인스타그램(Instagram)이 각각 15%씩 성장해 주목 받았다. 이 밖에도 프라다(Prada), 세포라(Sephora), 비자(Visa), 현대자동차(Hyundai), 알리안츠(Allianz), 도요타(Toyota), 어도비(Adobe), 구글, 스포티파이(Spotify), GE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로 꼽혔다. 
  • ▲ 올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브랜드. ©Interbrand
    ▲ 올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브랜드. ©Interbrand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브랜드는 인텔(Intel)로, 전년 대비 30% 떨어진 197억 달러(약 26조7822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디즈니(Disney)의 브랜드 가치는 11%, 구찌(Gucci)와 3M은 10%, 네스카페(Nescafe)는 9% 하락했다.

    한때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엔비디아(Nvidia)는 성공적인 재무 성과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가 200억 달러(약 27조1900억원)로 뛰면서 인터브랜드 순위에 36위로 첫 진입했다. 

    실버맨 디렉터는 "훌륭한 재무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엔비디아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낮았다"며 "올해는 엔비디아의 글로벌 인지도가 거의 5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인터브랜드 보고서에 포함된 모든 브랜드의 총 가치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3조4000억 달러(약 4622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인터브랜드 측은 상위 100개 브랜드들이 장기적인 브랜드 빌딩 대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지난 2000년 이후 총 3조5000억 달러(약 4758조2500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잃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버맨 디렉터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페라리처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들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약 2~3배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브랜드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의 기업 재무 성과와 향후 5년 전망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계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성과가 브랜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브랜드가 직면한 위험 등을 평가하는 독자적인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순위를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