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등장한 최초의 'Just Do It' 광고, '특별함' 아닌 '평범함'이 시초엘리트 운동 선수·'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이분법적 구도로 브랜드 메시지 변화"브랜드 언어, 영감·동기부여를 넘어 고객의 마음 움직이는 연료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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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위를 달리는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월트 스택(Walt Stack). 매일 아침 17마일(약 27km)을 달린다는 80세 러너(runner)의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번져 있다. 겨울철에 뛰면 틀니가 덜덜 떨리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집에 두고 다녀요"라고 웃으며 답한다는 월트 스택. 묵묵히 달리는 그의 모습 위로 "Just do it.(그냥 해)"이라는 메시지가 겹쳐진다.놀랍게도 이 광고는 지난 1988년 나이키(Nike)가 선보인 최초의 'Just Do It' 캠페인이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인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같은 유명 운동 선수가 아닌, 달리기를 즐기는 80대 러너의 평범한 일상이 'Just Do It'의 시초인 것이다.이 광고는 나이키 정신의 근간이 되는 'Just Do It' 슬로건의 시작일뿐만 아니라, 혈기왕성한 운동 선수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문법을 완전히 재편한 혁신적인 캠페인으로 평가 받는다. 나이키는 단 3개의 단어 만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매료시켰고, 이제 'Just Do It'은 나이키 브랜드 슬로건을 넘어 그 자체로 상징적인 고유의 도전 정신을 의미하게 됐다.당시 'Just Do It' 광고를 만든 광고대행사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의 공동 창립자인 댄 와이든(Dan Wieden)은 잔인한 연쇄살인범 게리 길모어(Gary Gilmore)가 1977년 사형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인 'Let's do it(자, 해봅시다)'에서 영감을 받아 'Just Do It'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살인자의 유언을 살짝 변형해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주는 슬로건으로 만든 것이다. 와이든+케네디는 현재까지도 나이키의 주요 캠페인을 대행해오고 있으며, 두 회사의 협업은 광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파트너십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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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Just Do It'이 전하는 메시지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이키 광고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 킬리안 음바페, 세레나 윌리엄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장악했고, 그들의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서사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지난 7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공개한 'Winning Isn't For Everyone(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예다. 광고에는 열댓 명의 세계 최정상급 스포츠 스타들이 총출동해 "난 공감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는다. 난 절대 만족을 모르고 힘에 집착하고 비이성적이고 후회도 없다. 나는 동정심 따윈 없으며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다. 나는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한 번 쟁취한 것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다. 이런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인가? 말해봐. 정말 그런가?"라고 물으며 "승리는 모두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외친다.나이키는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그들을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영감의 원천임을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기고 싶지 않다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선수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이 광고엔 약 36년 전, 매일 아침 17마일을 뛰는 평범한 80대 러너의 도전 정신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Just Do It'을 외치던 나이키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매우 전형적인 '엘리트 선수' 중심의 사고 방식과 스포츠의 결과를 오로지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구도만 부각될 뿐이다.나이키의 최신 캠페인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지 못했다.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오직 승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욕심과 집착은 폭넓은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했다. 대부분의 나이키 소비자들은 르브론 제임스나 킬리안 음바페 같은 '승자' 자리에 오른 엘리트 선수가 아니라, 80세 러너 월트 스택처럼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코비 브라이언트부터 음바페까지, GOAT 총출동에도 나이키 광고가 욕 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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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를 주로 다루는 미국 전문지 안트러프러너 매거진(Entrepreneur magazine)의 제이슨 파이퍼(Jason Feifer) 편집장은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에 1988년 방영된 최초의 'Just Do It' 캠페인 영상을 공유하고, 이 슬로건이 왜 나이키에게 중요한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제이슨 편집장은 "오늘날 우리는 'Just Do It'을 보면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인물들을 떠올리지만 그 시작은 달랐다"며 "나이키는 '누구나'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Just Do It'을 구상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뒤엔, 그 메시지를 (운동 선수와 같은) 비범한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는 "브랜드의 언어는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거나 영감을 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료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것은 당신을 위한 것이고, 당신이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그렇게만 하면, 다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초심을 잃은 나이키의 'Just Do It' 정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나이키처럼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이 던지는 브랜드 메시지는 슈퍼스타들을 앞세워 단순히 자극과 영감을 주는 것을 넘어, 개개인이 이룰 수 있는 성취를 강조해야한다는 지적이다.'Just Do It'의 위대함은 첫 광고 캠페인의 성공을 이끈 보편성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Just Do It'은 금메달을 따고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소수의 엘리트 운동 선수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운동을 즐기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향할 때 더욱 강렬한 힘과 생명력을 갖게 된다. 80세 러너 월트 스택이 등장한 광고가 현재까지도 최고의 'Just Do It' 광고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대중이 나이키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