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핫 아이템' 한정 수량 재출시… 신발 매니아 인산인해
  • ▲ 나이키 에어조던 매니아들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매장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 나이키 에어조던 매니아들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매장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나이키 '에어조던'이 20년 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출시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가 하면, 매장이 문을 연 지 2시간 만에 물건이 동나는 등 과열 양상 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에는 20∼30대 남녀 10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이 기다린 것은 에어조던 시리즈 중 하나인 '나이키 에어맥스95'. 20년 전인 19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러닝화다.

    나이키는 발매 20주년 기념으로 당시 모양 그대로의 제품을 켤레 당 18만9000원에 내놓았다.

    이 상품은 한정 수량만을 판매하는 이벤트성 상품이다. 이를 구매하기 위해 '조던 매니아'들은 폭염 속에서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하며 기다린 것.

    한 사람당 한 켤레만 살 수 있는 이 상품은 매장 문을 연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전국 나이키 매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같은 진풍경은 지난 2013년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발 매니아들은 15만명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발 발매 날짜와 수량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4월에는 에어조던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높다고 알려진 '에어 조던 11'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매니아가 나흘 전부터 노숙하는 과열 양상까지 빚어졌다.

    인기가 많지만 공급은 한정된 신발을 입수해 웃돈을 받고 파는 '리셀러'(Re-Seller)도 등장했다.

    에어맥스95가 팔린 6일 오후 한 포털 중고물품 거래카페에는 원래 가격에 최대 10만원의 웃돈을 붙여 판다는 글이 100여개 게시됐다.

    이처럼 발매 전날부터 물건을 기다리며 노숙하는 행위를 신발 매니아들은 '캠핑'이라고 부른다.

    캠핑은 나이키 뿐 아니라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한정판 발매 시 하나의 사회 현상처럼 나타난다.

    신발 매니아들은 이런 캠핑을 축제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캠핑'을 하던 한 매니아는 "실제로 착용하는 용도로 한 켤레, 분실·훼손 대비용으로 한 켤레, 수집 및 영구보존용으로 한 켤레, 총 세 켤레를 산다"

    전문가들은 이를 '복고 트렌드'와 '키덜트'(Kidult) 문화로 풀이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과거 출시된 제품을 재발매해 키덜트족을 노리는 전략은 최근 업계의 흐름"이라며 "업계는 다품종 소량생산, 줄세우기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키덜트족은 20만원짜리 신발을 구하려 캠핑을 하면서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사는 것과 같은 희열을 느낀다"며 "비싼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가치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