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 'TV S/W 손쉽게 바꾸는 혁신적 제품' 주목고객 교체 어려워 인건비 부담...."경영평가서 '부정적' 판단 내려"
  •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에볼루션 키트 사업을 내년부터 전면 중단할 전망이다. 올해 6월 에볼루션 키트 적용 TV 모델 수를 2종으로 크게 줄인 데 이어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2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볼루션 키트는 쉽게 말해 TV의 뇌를 바꿔주는 기기다. 예를 들어 새로운 영상 콘텐츠나 바뀐 방송규격과 TV가 호환되지 않을 경우 에볼루션 키트만 교체하면 새 영상을 볼 수 있는 식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에볼루션 키트 출시 당시 '매년 새로워진 TV'라는 광고를 내걸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TV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에볼루션 키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실시한 회사 내부 경영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가장 큰 결격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루션 키트는 카드와 같은 칩 모양이다. 이 칩을 바꿔 끼워야만 TV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설치 기사를 불러야 한다. 고객이 스스로 칩을 구입해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설치 기사가 출동하는 것이다. 칩 교체 비용과 설치 기사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맞먹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아울러 칩을 새로 끼웠다고 해도 일부 기능에 한해선 업그레이드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등 제품상 한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부품 자체를 교체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V 화질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에볼루션 키트 때문에 TV를 구입하는 사례도 매우 적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삼성의 혁신성을 믿고 해마다 새 TV를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입한 고객도 분명 있는 만큼, 보상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