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연봉 자진반납 러시 증권가로 옮겨갈 조짐실질적 효과 없고 '자진'보다는 '압력'인식 강해"청년고용에 대한 근본적 시스템 갖춰야" 한목소리
  • 금융권의 화두 중 하나인 'CEO 연봉 자진 반납' 분위기가 증권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기 보고서가 나올 때 마다 고액연봉 논란에 휩싸였던 증권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자진반납' 압박 수위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반면 연봉반납이 고용창출 등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됐는지, '자진반납'을 가장한 압력이 얼마나 작용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을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CEO 연봉 자진 반납 분위기가 증권가로 이동 중이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과 계열 은행장들이 연봉반납을 발표하면서 지주계열 증권사 CEO들도 연봉반납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금융 계열 하나금융투자의 장승철 사장도 최대 20%를 반납할 방침이다. 대표는 물론 전무급 이상 임원들의 연봉 반납도 고민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강대석 대표와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도 20%의 연봉을 반납할 예정이다. 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연봉 반납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관계로 NH투자증권 김원규 대표의 연봉반납 계획이나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


    이처럼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사장들의 연봉반납이 진행됨에 따라 대형증권사나 10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증권사 CEO에 대한 연봉반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상반기 CEO 급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들의 경우 올초 업황 호조에 따라 CEO들에게 상반기에만 억대 보상을 한 반면 신규 채용에는 인색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에 지급된 급여가 단순한 연봉이 아닌 대부분 전분기 대비 실적 향상에 따른 보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다시 반납해야 하도록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신규 채용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실적 향상에 대한 수장의 의지를 꺾어 장기적 관점으로는 오히려 고용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CEO들이 반납한 1~2억원 가량의 금액으로 각 회사가 얼마나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회사 CEO들이 연봉을 반납한다고 해서 곧바로 신입사원 특별채용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정기적 채용시스템이 갖춰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도 연봉반납 발표만 있었지 이후 돌려받은 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일시적으로 신규채용을 소폭 늘릴 수는 있겠지만 채용 이후 소요되는 인건비는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회사의 부담은 곧 직원들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큰 결정을 내리고도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과 증권가 모두 연봉반납에 대해 오로지 바람직한 일이라는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우선 당국은 부인하지만 여전히 연봉 반납이 자발적인 것인지 외부 압력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업계 내에서는 억지로 팔을 비틀어 나온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 자진반납 결의 배경에는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금융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한 바 있지만 해당 금융그룹에 청년고용 확대에 적극 나서달라고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반면 당국의 '당부'를 금융지주회장이 말그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봉 자진 반납을 발표한 직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힌 점은 심증을 더욱 굳히게 만든 대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청년 일자리창출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다면 일회성 연봉 반납이 아닌 연봉 삭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어느 업종보다 필요한 증권가에서 감축만을 강조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과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업계 역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EO나 임직원들이 연봉 반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가 일자리 창출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연봉 반납에 나서기 보다는 당국의 정책과 회사의 시스템이 맞물려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