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상증자 4.5조 그쳐… 12년만 최소 확실시회사채로 ‘빚 돌려막기’, 내년엔 어려워질 수도금융사도 건전성 비상… 5대은행 이달 기업대출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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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빚을 줄이고 알짜사업을 매각하는 등 필사적으로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증시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로 회사채 발행 시장마저 냉각될 우려가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특히 내수부진과 강달러 등의 영향으로 금융회사들 마저 자본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 마련 길이 좁아지고 있다.◇ 맥 못추는 국내 증시… 기업들 자본조달 기대↓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올해 연말까지 지난해 9조4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 2012년(약 3조2000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건 부진한 증시에 청약미달 이력만 남길 우려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낮아진 자금조달 기대에 IPO(기업공개)를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와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그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최단 한 달동안 네곳이 상장을 철회했다.기업들은 급한 대로 채권시장에서 필요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습니다.지난 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월대비 6조원 늘어난 1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3조3000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증가세다.◇ 트럼프發 신용리스크… '회사채 돌려막기’ 한계 온다채권시장에서 조달된 자금 대부분은 ‘빚 돌려막기’에 쓰이고 있다.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상장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총 41조1665억원으로 이 중 75%에 달하는 약 31조원이 채무상환 목적으로 발행됐다.그나마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신용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이)가 50bp(1bp=1%포인트)대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시장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 수 있다.신용도 하락은 채권금리 상승(채권시장 약세)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회사채 발행으로 빚을 돌려막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 대선이 치러졌고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에 어려움이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디커플링에 따른 공급망 단절의 영향이 있을 수 있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철폐, 관세 부과가 우리 기업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특히 이차전지와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다.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인한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업황 둔화 우려까지 맞물리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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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채권 자금 막히는데… 은행마저 기업지원 여력↓주식과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하지만 금융회사들 역시 내수부진과 강달러 등의 영향으로 자본건전성을 위협받고 있어 기업들을 지원할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기업대출에 적극적이었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마저 최근에는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7444억원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월 평균 7조3390억원씩 기업대출을 늘려왔다.깐깐해진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사주를 담보로 내놓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유가증권담보대출 잔액은 상반기말 기준 16조2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1625억원)대비 8612억원(5.7%)증가했다.담보가 없다면 은행 문턱을 넘기도 힘든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와 3분기 각각 3조원, 7조원 급감했다.경지 부진으로 기업대출 부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최근 강달러 환경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관리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화로 빌려준 대출의 원화 환산 값이 커지면서 자본비율 하락 요인인 위험가중자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자본건선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량기업 외 대출을 걸어잠그는 수밖에 없다.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금융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금 환율로 만약에 12월이 되면 각 금융사들의 자본비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사실은 각 금융사들은 자산을 줄여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