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안정적 경영권 확보 통해 장기적 경영 가능한 매물
  • 현대증권의 매각 무산이 KDB대우증권 매각 진행에 있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이 같은 시점에 M&A(인수합병)시장에 나온 것을 제외하면 매물로서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현대증권 매각주간사인 KDB산업은행은 오릭스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현대증권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증권가 M&A 시장에 대형 증권사 매물 2개(대우증권·현대증권)가 동시에 다시 나오게 돼 일각에서는 한창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대우증권 매각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모두 업계 상위의 대형 증권사로 인수매력이 충분하고, 대우증권의 대주주이자 현대증권의 매각주관사가 모두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두 개의 증권사가 동시에 매물로 나오게 되면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반면 현대증권의 인수희망자가 사라져 증권사 매물이 두 곳이 나왔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거나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가진 매물로서의 성격이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수요 역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우증권의 경우 이미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여전히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현대증권은 지난해 잠재적 매물로 언급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나온 이후에도 PE(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인수전이 진행돼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시장에 나온 이후 업계에서는 범현대가인 HMC투자증권(현대차그룹), 하이투자증권(현대중공업그룹) 등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들은 물론 다른 증권·금융사들 역시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 등 PE 들이 경합을 벌인 반면 대우증권이 시장에 나오자 대형 증권·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라며 "이는 투자의 목적과 방향과 관련해 두 회사의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지분 22.56%를 시장에 내놨으며, 현대상선과 오릭스가 체결한 매각가격은 6475억원이었다. 반면 대우증권의 매각 지분은 43%로 현재 2조3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지분율은 2배 차이지만 매각가격은 4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현대증권이 아닌 대우증권에 국내외 대형 증권·금융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대우증권 인수가 희망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계 1위 도약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장기적으로 회사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현대증권은 인수가격은 대우증권에 비해 저렴하지만 23% 미만의 지분 인수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고, 만약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인수 이후에도 추가 지분확보가 필수 요건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단기간 내에 회사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PE들에게는 현대증권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이는 현대그룹 측이 이번에 인수를 포기한 인수를 포기한 오릭스PE와 향후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두 증권사를 매각해야 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현대증권의 재매각 추진과 관련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매각일정과 가격에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를 사전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공고를 이달에 낸 이유는 대우증권의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 미뤄둔 것이 아니고 현대그룹 구조조정 이슈가 급선무였던 상황에서 현대증권 매각이 시급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동시에 매물로 내놓기에는 업무적으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돼 대우증권을 뒤로 미뤘던 것이지 관심이 겹칠 것을 우려해 순서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된 만큼 산업은행은 현재로서는 대우증권 매각작업이 끝난 다음 현대그룹과 논의를 통해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자구안을 이미 상당부분 달성했다는 점은 향후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3조3318억원 규모를 이행해 목표치를 채웠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 현대상선이 1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현대증권 매각 실패로 산업은행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 중인 상황"이라며 "업계의 우려 만큼 재무구조 개선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이 자체적인 의지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 이전에 자구안을 완수할 경우 그룹 측이 굳이 현대증권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에 현대증권이 M&A 시장에 재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