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공 간담회.ⓒ국토부
    ▲ 수공 간담회.ⓒ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최악의 댐 가뭄을 겪는 보령댐 현장에서 '가뭄 극복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최계운 사장은 4일 보령댐관리단 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남 서부권 가뭄 현황과 대책에 관해 설명했다.

    보령댐은 강우율이 예년의 63% 수준이다. 저수율이 19.3%에 그쳐 현재의 물 사용량이 지속하면 내년 3월께 고갈이 우려된다. 다행히 충남 8개 시·군의 자율 절수가 목표치에 도달했고 내년 2월 금강 백제보 물을 끌어올 도수로(물 댈 도랑) 공사가 완료되면 6월까지는 용수를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수공의 설명이다.

    수공은 간담회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그동안의 선제 대응을 소개하고 충남 서부권의 중기 가뭄대책으로 10만톤 규모의 해수 담수화 시설 건립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미래 물관리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간담회 내용은 국민의 보편적 물 복지와 안정적인 용수공급을 위해 결과적으로 물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귀결됐다.

    수공은 이날 그동안의 대응 노력을 소개한 뒤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물 부족 이슈를 부각했다. 그리고 뜬금없이 우리나라 물값의 현주소를 설명자료에 끼워 넣었다.

    수공은 끝으로 미래 물관리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요금정책 정비가 필요하다고 물값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애초 간담회는 가뭄 현황과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결론은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모여졌다.

    수공은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총 3조9000억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물값이 생산원가의 83.8% 수준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최 사장은 "국민이 물값에 관해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원가에 못 미치는 물값은 시설투자를 가로막고 부족한 부분은 결국 국고로 감당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거라는 것이다.

    최 사장은 "정부와 물값 인상에 관해 협의 중이며 연내 이런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물값 인상에 관한 수공의 접근이 정정당당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공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물값을 2년마다 5%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지난 6월 수공의 이사회 의사록과 내부 문건인 '중장기(2015∼2019) 재무관리계획(안)'을 인용해 수공이 물값 꼼수 인상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온 국민이 가뭄으로 고통받던 때에 수공이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니 지금이 물값 인상을 위한 적기라며 물값 인상을 논의한 것은 공기업인 수공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수공은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정정당당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포쯤 지난 지금 수공의 태도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여전히 가뭄과 일선 시·군의 절수 노력 안간힘 뒤에 숨어 요금 인상의 타이밍을 보는 듯하다.

    물값 인상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수공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수공이 밝혔듯이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받는 것은 철도와 도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왜 물값 인상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가뭄 현황·대책을 설명하겠다며 기자들을 불러모아 '기·승·전·물값 인상', '가뭄 극복 동참=물값 인상' 식의 접근 말고 가뭄 극복 이후에 정당하게 논의의 장을 만들어 해법을 찾아가는 모양새가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