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가시화, 장외 평가액 8000억 달러 육박 미래에셋 등 ‘지분 보유’ 금융사 주가 선반영에코스타·DXYZ 등 간접 투자처로 매수세 이동 조짐
  • ▲ ⓒ로이터 연합
    ▲ ⓒ로이터 연합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기업가치만 무려 8000억 달러(약 1180조 원)다. 

    '챗GPT'의 오픈AI를 가볍게 뛰어넘는 역대급 대어(大魚)의 등장 예고에, 상장 전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우회로 찾기' 전쟁이 시작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2026년 IPO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시기와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시장 여건이 갖춰지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천문학적인 몸값이다. 최근 스페이스X가 내부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식 매각 가격(주당 421달러)을 역산하면, 기업가치는 약 8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오픈AI의 평가액(5000억 달러)을 3000억 달러나 웃도는 수치로, 전 세계 비상장 기업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했거나, 보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미래에셋벤처투자를 포함한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약 2억 7800만 달러를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이미 시장은 반응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스페이스X 상장설이 보도된 직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선택지는 좀 더 다양해진다. 미국의 위성통신 기업 '에코스타(EchoStar)'가 대표적이다. 에코스타는 최근 스페이스X에 주파수 사용권을 매각하는 1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시장에서는 거래 대금의 절반인 85억 달러가량을 현금이 아닌 스페이스X 주식으로 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미 지분을 확보한 펀드에 올라타는 방법도 있다. '데스티니 테크 100(DXYZ)'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20% 이상을 스페이스X 지분으로 채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비상장 주식 특성상 정확한 편입 비중 확인이 어렵고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이외에도 국내 증시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발사체), 현대로템(메탄 엔진), 한국항공우주(위성) 등이 스페이스X발(發) 우주 산업 확장 기대감에 힘입어 간접 수혜주로 거론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상장은 단순한 IPO를 넘어 우주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에코스타 등의 지분 취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