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32세)는 내년에 집을 구입할 마음을 접었다. 당초 내년 하반기 전세기간 만료에 맞춰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에 쫓기기 보다는 신혼부부 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해 2~3억가량 빚을 지고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빌릴 때부터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내는 주택담보대출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이자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 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A씨는 "집값의 70%이상 자금을 모을 때까지는 집을 살 계획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모든 신규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는 새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게된다. 2억원을 고정금리 연 3% 이자로 10년간 빌렸다면 지금은 거치식·일시상환으로 월 50만원의 이자만 냈다면 내년부터 비거치식·분할상환이 의무화되면 원금과 이자를 합한 월 19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비수도권 지역에 한 해서는 총선(4월 13일) 이후인 내년 5월에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가 급작스럽게 부동산 대책을 손본 까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대출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올 연말 1200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IMF는 "한국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등이 경제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채관리와 함께 생산성향상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가 14일 내놓은 가계부채대책의 핵심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빚을 내도록 하고 소득심사를 강화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 美 금리 인상 땐 대출이자까지 오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미국의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두고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안을 발표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 도미노 행렬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과 정부 역시 지난 11일 당정협의에서 "미국의 금리가 1% 오를 때, 우리나라의 금리도 1.5%P 인상될 것"이라 밝혔다.  

시중 은행의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뇌관(雷管)’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까지 잇따른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로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정부가 현 시점에 대출 심사 강화로 슬며시 돌아선 점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이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금껏 이자만 갚다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 가계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 ◇ 정치권 "예외규정 많아 실효성 의문…저소득층 지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고,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 가이드라인에 광범위한 예외 규정을 둔 데 대해 "정말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지금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이 앞다퉈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빈껍데기 대책만 내놓는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정부는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서 내년 총선 이후에 대출 규제에 나선다고 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향후 금리인상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충격이 상당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면서 "당장 제2금융권 신용대출은 금리가 오를 때 저소득층은 상환이 어려울 수 있는데 금융회사로 부실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