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웃돈 위해 불법 거래 기승, 높아진 호가 수요자 '덤터기'떴다방 호가 높여 분양권 흔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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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건설이 분양해 높은 인기를 끌었던 '포항자이'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GS건설
지난달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평뉴타운에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한 중개사무소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계약일정에 돌입도 안 한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분양권을 거래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단지의 분양권 전매제한은 1년. 공인중개사는 1200만원의 초피를 제시하며 계약 포기자의 물량을 거래할 수 있다고 부추겼다.
분양시장에서 '초피'란 당첨자 발표 후 계약 전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웃돈)을 말한다. 올해 주택시장에는 초피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상당수 등장했다. 중개사무소에서는 공공연하게 호객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업계 관행으로 굳어져 단속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등장해 한 달 만에 완판을 기록한 '송파 헬리오시티'(일반분양 1216가구)에는 초피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청약률만 봐도 1순위 접수자가 4만1908명에 달해 최근 12년 동안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최다를 기록했다. 이곳에서는 3000만∼5000만원 정도의 초피가 형성된 바 있다.
분양 당시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당첨만 되면 무조건 연락을 달라"며 "기본 초피 3000만원은 받아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 투자자들은 초피가 형성될 만한 단지를 노려 분양권을 파는 형식으로 이익을 거둔다. 이들은 예상보다 초피가 붙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한다.
반포동 일대에 분양한 단지들이 높은 청약률에 비해 계약률이 저조한 것은 기대 이하로 초피가 붙은 탓이다. 이들 단지는 3.3㎡당 4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돼 분양권 프리미엄이 적게 형성됐다.
이달 GS건설이 경북 포항시에 분양한 '포항자이'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첫 '자이' 아파트로 평균 34대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모델하우스에는 부산, 대구 등지에서 몰려든 일명 '떴다방'들이 즐비했다.
포항자이는 당첨자 발표 직후 최대 2000만원의 초피가 형성됐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은 터무니 없이 높게 형성된 가격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떴다방이 호가를 높여 분양권 가격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초피 투자자들은 불법으로 분양권을 대거 사들이는 동시에 높은 가격에 되팔고 종적을 감춘다. 비싸게 형성된 분양권 시세는 지역 부동산에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분양권 손바뀜이 진행되면서 호가를 높여놓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피 거래를 위해서는 이면 계약서가 필수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암묵적인 동의사항이다. 매매자 입장에선 법적으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시기까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불법적인 계약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행위는 분양시장 호황과 함께 증가해 만연해 졌다. 특히 청약 1순위 조건이 완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장이 커진만큼 거래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음지에서 거래돼 단속이 어렵다는 정부의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불법적인 부동산거래 관행은 결국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분양시장을 흐리는 초피 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