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으로 시작한 중국 메모리, DDR5 양산 넘어 HBM까지 노려CXMT, 내년 HBM3·2027년 HBM3E 양산 목표낸드 중심 YMTC, 자회사 통해 HBM 시장 진출삼성-SK 경쟁구도 판박이 … 거대 내수 성장 동력
  • ▲ CXMT사의 DDR5 제품 이미지 ⓒCXMT
    ▲ CXMT사의 DDR5 제품 이미지 ⓒCXMT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2년 내에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자력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규제를 피해 범용 메모리 기술을 키워온 중국이 최근엔 DDR5 양산까지 성공했고 AI(인공지능)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해 한국 메모리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CXMT)는 내년 HBM3 양산에 이어 2년 뒤인 2027년에는 HBM 최신 기술인 HBM3E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현재 1.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최신 D램인 DDR5 생산을 시작해 국내 메모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규제를 피해 범용(레거시) 메모리 분야에서만 조금씩 기술 개발에 나서 자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지난해 DDR4 시장을 크게 흔들 정도로 위상이 올라가면서 업계에 긴장감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DDR4 시장은 CXMT의 저가 공세에 밀려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시장 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0% 수준이었던 DDR4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빠르게 줄일 것이라고 밝혔고 연내에는 DDR4 생산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는 계획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2년 사이 범용 메모리 시장을 중국에 빠르게 내주면서 국내 메모리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택한 분야가 바로 HBM이다. HBM은 고성능 고부가 메모리로 AI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메모리로, 기존 범용 메모리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처로 부상했다.

    그런 HBM까지 이제는 중국업체들이 진입을 앞두고 전력질주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의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CXMT는 현재 전체 D램 생산량의 85%를 DDR4로 채우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중국 IT 기업들을 든든한 고객사로 두고 HBM 개발에 명운을 건 것으로 보인다.

    HBM 개발 경험이 있는 한국 개발자들 영입하는 데도 진심이다. 국내 반도체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중국 측에서 거액의 연봉과 주거, 교육 혜택 등을 제시하며 이직을 권유받았다는 경험자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중국으로 넘어가 DDR5, HBM 같은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CXMT가 HBM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이를 전적으로 사들일 고객사들이 명확하다는 점도 국내 메모리사들 대비 고속 성장이 담보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AI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에 화웨이의 '어센트(Asend) 910C' 칩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는데 이 같은 AI 칩에 CXMT가 양산한 HBM이 탑재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 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D램사들이 HBM3와 HBM2E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산 HBM이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에 탑재되는 시기도 향후 2~3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서 HBM 같은 고성능 D램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곳이 CXMT가 사실상 유일했지만 낸드플래시 생산 중심으로 중국 메모리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양쯔메모리(YMTC)가 자회사를 통해 HBM 양산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YMTC는 낸드시장에서 독보적인 적층 기술로 294단 양산에 성공한 이후 AI 투자 흐름이 D램을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D램 시장 진출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선 YMTC가 고속 성장하는 HBM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D램에서 특히 HBM을 시작으로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시한다. YMTC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XMC가 HBM 양산의 병목이자 패키징 핵심인 TSV(실리콘관통전극)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활용해 HBM 개발 라인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HBM굴기'에 일각에서는 자칫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통째로 중국에 넘겨준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마저 나온다. 

    우리나라는 LCD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낮은 기술 장벽 탓에 중국이 저가를 앞세워 시장에 달려들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