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직' 걸었던 금감원장…"사의 표명했으나 금융위 만류""尹대통령 있었다면 결과 달랐을 것"'정치적 행보' 따가운 시선도…일각 '사실상 공수표 던지며 월권' 지적도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9 ⓒ서성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9 ⓒ서성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가로 막히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다면 이같은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사의를 표명 입장을 전했으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만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일단 김 위원장은 내일 새벽 F4(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하면서 보자고 했다"며 "미국 상호관세 발표 등 내일 F4에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한 대행의 정당한 거부권 행사이며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주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윤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이고 만약 자리에 계셨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에 따른 대통령 복귀 여부도 무시하기 어려워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이상 할 수만 있다면 대통령께 직접 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대행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한 대행은 "기업 경영 의사 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 관련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돼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하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전국 100만여 개 모든 법인을 대상으로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주식시장 투명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재계 및 여권에서는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7일 취임한 이 원장의 3년 임기는 오는 6월6일 종료된다. 최근 이 원장이 '직을 걸어서라도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에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그가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원장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권유한 분들도 있었지만 가족과 상의 끝에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25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민간에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의 '직 걸겠다' 발언의 경우 월권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른다. 임기를 두 달여 남긴 기관장이 소위 '공수표'를 내던지며 행정부에 맞서는 모습이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안팎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