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증권사 지수하단 제시한 1850 이미 깨져外人, 34일 연속 '매도'…저점매수 전략도 무의미
  • 코스피가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코스피밴드 하단이 이미 깨지면서 '바닥'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등전망 못지 않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는 점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지수는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183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세를 보이고 2% 넘게 빠지며 1845.45로 마감했다. 중국 증시 폭락으로 급락했던 지난해 8월 24일(1829.8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튿날인 21일에는 장중 강보합세를 보이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결국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하락마감하며 1840선에 턱걸이 중으로,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불안심리가 남아있다가 보니 반등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못지 않게 증권사들의 당혹감도 크다. 연말마다 제시하는 연간 코스피전망치 하단이 일찌감치 깨졌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올해 코스피밴드 하단을 1700으로 제시해 전망이 아직 유효하지만 1850선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증권사들은 결과적으로 1월부터 틀린 전망을 제시한 상황이 됐다.


    통상적으로 예상보다 지수가 더 하락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일정부분 반등을 예상하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현재 증권가는 이번에 폭락을 경험한 이후에도 오히려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시장 저점이 1800선인데 그때보다 상황이 조금 더 부정적이라고 보며 연간 하단 전망치인 1700선을 유지했다.


    올해 코스피 하단을 1870선으로 예상했던 현대증권 역시 상황에 따라 1800선 붕괴 가능성도 있다고 당초 전망을 수정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큰 틀에서 지수를 볼 때 저점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는 타이밍이긴 하지만, 매수를 할만한 대상이 영글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금화를 해둘 수 있는 부분은 해놓고 총알을 아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또 여전히 하방 위험이 있어 작년보다 저점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시장이 더 빠졌을 때 사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발 증시급락과 유가하락,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글로벌증시가 동반 추락하고 있고, 이에 따라 외국인의 '셀코리아'행렬이 그칠 줄 모른다는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외국인 이탈은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외국인은 현재 34거래일 연속 매도공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지난 2008년 6~7월 33일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한 이후 약 7년 6개월 만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도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과 중국 외환보유액의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당분간 코스피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다른 변수보다도 중국발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더 크게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 전망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향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하단으로 1850선을 중요한 지지선으로 본다"며 "당분간 18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보이면서 바닥을 잡아가고 1월 FOMC가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급락장세가 연출됐던 만큼 현 상황을 과매도 국면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증권가는 낙폭 과대주 등에 대해서는 저점 매수가 가능한 구간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일단 충격을 받은 만큼 코스피가 1800선까지 밀릴 수도 있겠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낙폭 과대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주와 같은 저평가 대형주를 비롯해 2차전지 관련주 등 기존 주도주 중에서 최근에 조정을 많이 받은 종목이나 업종이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850선 이하는 쏠림에 의한 딥 밸류(Deep Value·극심한 저평가) 구간으로, 추격 매도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살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