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선수도 혀 내두는 참담한 국내 증시 현실'구원투수' 증안펀드 가동 목소리 힘 실려정부 긴급 대책 발표 예정…당국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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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라는데 국내증시는 처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식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참담한 시장입니다. 

    잠시 잠깐 힘든 장이라면 곡소리라도 나오는데, 하반기 들어 계속된 난해한 시장 흐름에 증권사 영업지점도 숨죽이듯 고요한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항의도, PB들의 앓는 소리도 사라진 무기력한 그런 날들이요. 대형 증권사 한 지점장은 최근의 장을 "싹 다 말려죽이는 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주식은 장기투자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업계에서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정평난 한 PB는 그런 얘길 하더군요. "지금은 국장이 장투라는 그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요. 연일 매도 폭탄을 투하하는 외국인을 대항할 수급 없이 받아주는 주체도 없는, 선수들도 힘든 게 국내 주식시장의 현실입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 자율 기능을 해치는 등 부작용을 낳지만 필요할 때 적시에 적당한 개입을 해준다면 증시의 흐름에 윤활유가 되고, 하방 압력을 막아줄 수 있을 텐데요. 공포가 주가 급락을 부르고 급락이 다시 공포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패닉 상황에선 심리를 진정시킬 안정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증시의 나홀로 부진이 심화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일종의 안전판,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증안펀드는 주가지수 급락 등 증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투매나 과매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을 말하는데요. 지수 추락을 막고 불안한 시장을 다잡아줄 구원투수이자 '공공의 큰손'인 셈입니다. 

    이는 지난 1990년 5월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하는데요. 과거 국내에서 증안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1990년, 2003년, 2008년, 2020년으로 총 4번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당국은 10조7600억원 상당 증안펀드를 조성했습니다. 당시 이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8% 넘게 폭등했죠. 증안펀드 조성 자체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실제로 증안펀드가 사용되진 않았습니다. 실질적 가동은 멈췄지만 증안펀드 자체는 아직 해산하지 않고 기존 운영 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가 최근 두 달 만에 30% 가까이 수직 상승했는데요. 올해 내내 극도로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다시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건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 덕분입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정한 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증시 거래량은 이전 거의 두 배로 치솟았습니다. 특히나 중국 정부가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해 2조위안(약 37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죠.

    우리 주식시장도 증안펀드 가동을 통해 현재 변동성 커진 증시의 안정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 등 주식 투자 관련 카페에선 증안펀드 투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중입니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고전하는 답답한 증시 현실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우리 정부 역시 무엇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물론 증안펀드가 현재의 주가 흐름을 꺾어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과거 조성된 10조원 규모 투입을 가정한다 해도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의 0.5% 수준에 불과합니다. 

    당장 증안펀드가 증시 반등을 일으킬 순 없겠지만 증시 급락 구간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안전판, 악성 매물을 소화하는 역할을 기대할 순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 환율 급등으로 빠르게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낼 수 있다면 변동성 확대 국면을 지나 밸류에이션이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죠.  

    정부도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시 긴급 대책을 의제로 다루고 대책 발표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불안감과 기대감 속에 정부를 바라보고 있던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미진하다는 평가인데요. 한국 증시 역주행으로 서학개미들의 '투자 이민'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