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꼴찌 수익률' 오명 지속…트럼프 영향에 나홀로 부진 심화금융당국, 선제적 증안기금 투입으로 증시 하방압력 막아야외국인·개인 이탈 상황 심각…금융위 현실의식 "한심" 지적도증시 불안정 지속…정부도 부랴부랴 긴급대책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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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전 세계 꼴찌 수익률'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 47대 대통령에 당선되며 국내 증시의 나홀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선제적인 '증안기금'(증권시장안정기금) 투입을 통해 주식시장의 하락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531.66) 대비 1.94%(49.09포인트) 내린 2482.57로 거래를 끝냈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25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8월 5일(2441.55) 이후 3개월 만이다. 당시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8.77% 급락한 바 있다. 코스닥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코스닥은 2.51% 내린 710.52에 마감해 낙폭이 더 컸다.

    이날(13일)도 국내 증시는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4% 급락한 2417.08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4.53% 급락하며 52주 신고가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이날 종가 기준 5만600원을 기록하며 5만전자마저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2.94% 급락한 689.55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 발목 잡힌 국내 증시…외인도 개인도 떠난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고전하고 있다. 지난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지난 12일까지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7.23%, 코스닥 지수는 -8.82%로 집계됐다. 전 세계 20개국(G20)의 24개 주요 지수 중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나란히 22, 23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코스닥 수익률보다 못한 곳은 터키(BIST 100·-11.43%), 러시아(RTS·-15.94%) 등 정치적 또는 군사적 상황이 불안정한 국가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증시는 꼴찌 수준으로, 홀로 강세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15.04%), 미국 S&P500(12.25%), 캐나다 S&P TSX(11.52%), 미국 다우(11.46%), 독일 DAX30(10.12%) 등은 강세를 보였고, 중국 심천종합과 상해종합 지수도 각각 34.88%, 19.44% 상승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를 밑돌 수 있단 우려까지 겹쳐 증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수출이 핵심 동력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이 관세 인상, 대중국 규제 강행 시 무역수지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연이은 전망치 하향 조정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JP모건·골드만삭스 등 주요 IB 8곳의 우리나라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지난 9월 말 기준 2.5%에서 10월 말 2.3%로 0.2%포인트 하락했다.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이 지난 6월 말 2.7%에서 7월 말 2.5%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말 다시 하향 조정된 것이다.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6995억원을 순매도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그간 증시를 떠받들던 개인투자자들마저 나홀로 하락세를 걷고 있는 국내 증시에 지쳐 '트럼프 트레이드'가 기대되는 시장으로 떠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기준 49조90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초만 해도 59조원대였던 예탁금은 연일 감소하며 이달 들어 50조~51조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8월 5일 27조8517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지난 12일 기준 20조2603억원으로 7조원 넘게 줄었다.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은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1013억6571만달러(14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공공의 큰손' 증안펀드로 하방 압력 막아야…금융당국 현실의식 "한심"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이 증안펀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안펀드는 주가지수 급락 등 증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투매나 과매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을 말한다. 지수 추락을 막고 불안한 시장을 다잡아줄 구원투수이자 '공공의 큰손'인 셈이다. 

    이는 지난 1990년 5월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한다. 과거 국내에서 증안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1990년, 2003년, 2008년, 2020년으로 총 4번이었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당국은 10조7600억원 상당 증안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이같은 방안이 발표되자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8% 넘게 폭등했다. 증안펀드 조성 자체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실제로 증안펀드가 사용되진 않았다. 실질적 가동은 멈췄지만 증안펀드 자체는 아직 해산하지 않고 기존 운영 틀은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안펀드가 실제 투입되려면 현재 지수보다 좀더 강한 급락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의 느린 진행 속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가 지연되면서 이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됐던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지금의 증시 위기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김한진 박사는 "지난 8월 블랙먼데이 당시 2400선이 살짝 깨진 시점으로, 지금은 정부가 시장을 달래는 차원에서라도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립서비스가 필요한 때"라면서 "실제 액션은 그 다음이겠지만 미 대선 결과 등 매크로 상황상 누가 봐도 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고 짚었다. 

    김 박사는 "증안펀드가 가져올 실질적인 효과는 확언할 수 없지만 그동안 밸류업 정책 추진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소위 '선방'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이 시장심리를 읽지 못하고 너무 예상한 대로만 나왔다는 점이 문제였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달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증시 상황은 녹록치 않은 가운데 정부의 위기 의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끝나고 코스피가 3500에 근접했던 건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 전엔 2000대에서 움직였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관계자는 "증안펀드는 증권시장이 정말 급락할 때 가동을 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부진하다는 상황에서 가동을 한 적이 없다. 아직은 당국이 보고받거나 검토될 상황은 상황은 아니다. 시장 상황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소외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금융당국의 현실 인식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증시가 폭락한 다음에 사후약방문식 늑장 대응으로 국내 증시가 현재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면서 "당장 증안펀드 투입을 못하더라도 시장을 안심시키는 목적에서 금융 컨트롤타워의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김소영 부위원장의 현실 인식을 보면서 정말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자본시장 중요성을 금융당국이 왜이리 모르는지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서울 광화문 금융위 앞 등에서 자본시장 위기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 개입 조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에 어떠한 기폭제, 유인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는 그게 전무하다"면서 "수출 위주 국가 산업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기업 실적은 약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차원으로 이 고리를 끊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시 불안정 지속…정부도 부랴부랴 긴급대책 발표 예정

    한편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을 지속하자 정부도 이제서야 긴급대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것이고 금융당국에서 대책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극화 타개가 임기 후반기 목표인 만큼 자산시장에서도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증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